시행사, 폐기물 처리·원료재생업으로 변경 신청
소각장과 대규모 폐기물매립장 겸한 시설 계획
반대 대책위, 전문가 초청 강연회·집회 등 예고 
곤양면민 1000여 명 반대 서명 동참…시 “면밀히 검토”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의 유치업종을 기존 항공산업 위주의 제조업에서 폐기물 운반·처리 원료재생업으로 바꾸는 업종변경 신청이 3월 13일 오전 사천시에 접수됐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의 유치업종을 기존 항공산업 위주의 제조업에서 폐기물 운반·처리 원료재생업으로 바꾸는 업종변경 신청이 3월 13일 오전 사천시에 접수됐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의 유치업종을 기존 항공산업 위주의 제조업에서 폐기물 운반·처리 원료재생업으로 바꾸는 업종변경 신청이 3월 13일 오전 사천시에 접수됐다. 

대진산단 시행사는 약 144만㎥ 규모 폐기물매립장 건립과 일일 폐기물 200톤을 태울 수 있는 소각장 설치, 폐자원 재활용 기업 유치 등을 이유로 업종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환경단체와 대진일반산업단지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 곤양면·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등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단 시행사는 C28, 29, C31 등 항공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종 코드 대신 C23(비금속 광물제조업)과 E38(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 재생업)으로 변경을 희망하고 있다. 

대진산단계획 변경 협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 대진산단은 산업시설용지 14만 9610㎡, 지원시설용지 1만 1770㎡, 공공시설용지 8만 6533㎡였으나, 변경안에는 산업시설용지 8만 4395㎡, 지원시설용지 5015㎡, 공공시설용지 15만8503㎡(폐기물처리시설 7만 2820㎡)로 큰틀이 바뀌었다. 이 변경계획은 산업시설과 지원시설 면적은 절반으로 줄고, 폐기물처리시설 면적은 크게 늘린 것이어서, 폐기물처리장 반대 주민들이 비판하고 있다. 

최근 확인된 산단 내 폐기물매립장 용량은 일반폐기물 72만㎥, 지정폐기물 72만㎥로 모두 144만㎥에 이른다. 대진산단 시공사이기도 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을 겸한 ‘SK자원순환단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진일반산업단지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 곤양면·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산단 업종변경 신청서가 시에 접수됐다. 항공산업 위주의 대진산업단지를 산업폐기물처리장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며 “사천시가 업종변경을 불허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강춘석 상임의장 역시 “사천의 해양생태계의 젖줄과 다름없는 광포만 옆에 산업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시행사가 주관한 타지역 폐기물처리시설 주민 견학 중 찬성 주민 용지가 돌아 논란이 됐다. 그 이후 곤양면과 서포면 이장단을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검토 중인 대진산단 폐기물처리시설 계획.
현재 검토 중인 대진산단 폐기물처리시설 계획.

 

반대 대책위는 업종 변경 불허 주민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최근 면민 32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조만간 사천시를 방문해 주민 의견이 담긴 서명지와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반대 대책위는 “전국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소각장과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둘러싼 환경 분쟁과 행정소송 사례, 실제 피해 사례, 대기업 유치론의 허구 등을 알리는 전문가 강연회를 조만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달부터 사천시청 광장에 집회 신고를 내둔 상태로, 업종 변경 반대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박동식 사천시장과 면담 요청을 해둔 상태로,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강호천 공동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박동식 시장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은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시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곤양과 서포 주민들은 대진산단이 폐기물처리장이 되는 것을 끝까지 막아설 것이다. 그 시작은 사천시의 업종변경 불허”라고 강조했다.

사천시 투자유치산단과는 “13일 오전 대진산단 업종변경 신청 서류가 접수됐다. 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등 유치시설과 업종 변경 코드 등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달라진 부분은 없다.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존에 승인받은 산업단지의 업종변경은 산단 지정 시 정부부처와 상급 기관 검토를 받는 것과 달리 지자체장의 재량 사항이다. 이에 사천시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진산단 조성사업 경과 과정은?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 산71-2번지 일원 25만㎡부지에 조성 중인 대진산단은 지난 2015년 7월 30일 일반산업단지로 조건부 승인·고시됐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수년 동안 착공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법정부담금 미납과 미착공 등을 이유로 사업 취소를 위한 청문이 진행됐으나, 사천시에서 시행자의 사업의지 등을 이유로 조건부 취소 유예 처분됐다. 2019년께 산업단지 특례법에 따른 산업단지계획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았다. 한때 산단 전체 면적의 72%에 이르는 국유림 교환이 숙제였으나, 이 문제는 산림청과 협의로 해결됐다. 

대진산단은 사업 초기 위그선과 풍력발전 설비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중소 제조기업 유치로 바뀌었다가, 최근 업종 코드를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원료재생업으로 바꾸는 신청을 했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대진산단은 사업 초기 위그선과 풍력발전 설비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중소 제조기업 유치로 바뀌었다가, 최근 업종 코드를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원료재생업으로 바꾸는 신청을 했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2019년 7월 25일에는 경남도 지방산업단지심의위에서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2020년 8월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가 시공사를 맡아 공사에 들어갔다. 

대진산단은 사업 초기 풍력발전설비와 위그선 제조와 개발 등이 목적이었으나, 중간에 중소기업 육성과 기술력 향상, 일자리 창출로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 시행사가 밝힌 계획과 달리, 항공산업 관련 제조업체 등 실수요 기업을 찾지 못했다. 시행사에 합류했던 항공부품기업 역시 입주 의사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단을 폐기물처리업으로 업종 변경을 추진하자 반발이 커졌다.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경남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오랜 세월 광포만 환경 훼손 우려 등으로 대진산단 개발 반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인근 KB인재니움에서서도 광포만 인근 산단 개발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