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도 유적 조사에서 땅에 박힌 채 세워진 둥근고리칼 발견
조사기관 “칼이 길고, 주거지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례적”
늑도가 온돌의 시발점?…기원전 1세기 구들 흔적 또 나와
사천시 “늑도 유적의 가치 재확인…종합 정비계획 세울 것”

 

최근 유적 학술 발굴조사가 진행된 늑도동 362번지 일원이다.
최근 유적 학술 발굴조사가 진행된 늑도동 362번지 일원이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초기 철기시대에 한반도 남부의 국제무역항’으로 불리는 늑도. 최근 이 섬에서 진행한 유적 학술 발굴조사에서 역사학계가 주목할만한 유구와 유물이 다시 한번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사천시는 유적 발굴을 위한 종합 정비계획을 세워 체계적인 학술조사에 들어가겠노라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3월 24일 사천시 늑도동 362번지에서 가진 유적 학술 발굴(정밀)조사 현장 설명회에서 나왔다. 사천시가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재)울산문화재연구원에 맡긴 학술조사의 중간 보고회 성격이었다.

늑도 유적에서 나온 약 30cm 길이의 둥근고리칼.
늑도 유적에서 나온 약 30cm 길이의 둥근고리칼.

이날 설명회에서 먼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30cm 길이의 둥근고리칼(환두도環頭刀)이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수홍 조사연구실장은 “둥근고리칼은 우리나라 호서지역의 삼한시대 지배층 무덤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대개 20cm 정도”라며, “그러나 여기서 발견된 건 길이가 더 길고, 무덤이 아닌 주거지나 생활시설에서, 그것도 세로로 1cm 정도 꽂힌 상태로 나왔다는 점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소개했다. 길이 50cm에 이르는 둥근고리큰칼(환두대도環頭大刀)이 이보다 더 늦은 시기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늑도 유적의 둥근고리칼이 둥근고리큰칼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이곳에서 다양한 유물과 구들의 흔적 등이 나왔다.
이곳에서 다양한 유물과 구들의 흔적 등이 나왔다.

이 유적의 조성 시기와 관련해선 둥근고리칼과 함께 나온 야요이계 토기를 주목했다. 야요이 토기는 고대 일본식 토기이다. 둥근고리칼이 나온 삼한 10호 유구에서는 여러 개의 토기편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주둥이에 단추 모양의 돌기가 있는 토기다. 이것이 기원전 1세기 후반의 야요이계 양식이었다는 점에서 둥근고리칼의 제작 또는 사용 시기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은 이번 유적 조사에서 늑도가 우리나라의 온돌 등장의 시작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삼한 8호 유구에서 수직으로 박힌 채 발견된 구들돌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다. 이수홍 실장은 “벽체에서 15~20cm 떨어진 지점에 구를 파고 내벽에 점판암제 판석을 바닥과 수직 방향으로 세워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방바닥 전체를 구들장으로 덮기 이전의 초기 온돌 형식으로, 좁은 터널 모양으로 구들을 놓은 셈이다.

구들은 북방계 문화로써 기원전 3세기부터 한반도 북쪽에서 점차 남쪽으로 전달됐을 것이란 해석이 있으나, 1998년의 늑도 유적 조사에서 고래와 구들, 부뚜막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지금은 그러한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늑도의 온돌 시설이 발견되기 전까지 남한에서 가장 빠른 시기로 알려진 온돌 유적은 기원 직후쯤으로 추정되는 미사리나 수원 유적이다.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의 이수홍 조사연구실장이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의 이수홍 조사연구실장이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은 굴립주 건물지 흔적도 찾았다고 밝혔다. 굴립주 건물이란 땅을 깊게 판 뒤에 나무 기둥을 세워 건물을 앉힌 것을 말한다. 연구원은 이 건물의 쓰임새를 망루로 짐작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삼한시대 주거지 3동, 수혈 14기, 고려시대 수혈 3기, 조선시대 수혈 2기 등 22기의 유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늑도 유적(사적 제450호) 조사는 창선 연륙교 건설 이후에 한 첫 정밀 학술조사였다. 조사 구역이 넓지 않았음에도 삼한시대 늑도의 주거문화와 생활상, 국제무역과 해양 의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조사기관과 사천시의 평가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선 체계적인 학술조사를 더 늘리고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영제 경상국립대 명예교수(사학과)는 “요즘은 유적과 유물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고, 그 유물들을 모아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조사를 계기로 사천시도 늑도의 역사 가치 조명에 힘을 쓰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문화체육과 김상일 학예사는 “늑도 유적이 우리나라 초기 철기시대의 성격을 규명하고 동북아시아의 교류를 밝히는 중요한 유적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올해 종합 정비계획을 세워 보전과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부터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늑도 내 문화재 지정 구역의 토지를 60% 정도 사들였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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