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니 시인, ‘자고 가’ 시집 발간
시를 쓰는 것…당신의 흔적 기록하는 일

이수니 시인의 시집 '자고거' 표지
이수니 시인의 시집 '자고거' 표지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가슴에 박힌 말이다/ 자고 가// 중략..// 엄마가 붙잡던 밤/ 마지막 밤이 될 줄 몰랐다// 배웅하는 사람 하나 없는/ 무서운 밤// 중략..// 자고 가/ 이젠 붙드는 사람이 없다’-이수니 시인의 <자고 가> 중에서

“당신은 내가 진 빚이다. 사라져 버린, 당신을 나는 지금도 찾아 헤매고 있다”라는 글귀로 시인은 작가노트를 대신했다. 이 짧은 글귀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기에 그 빚을 갚기 위해 ‘당신’이 남긴 사랑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인에겐 시를 쓰는 작업이다. 시인은 시로써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사랑을 가르쳐준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타인과 이웃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삶의 가치를 노래한다. 시인은 그렇게 어머니가 세상에 남긴 흔적을 찾는 과정을 통해 거대한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나간다.

이수니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흙과 식물에 관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을 식물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낸다. 생명이 허물어져 흙이 되고 그것은 다른 생명을 키워 낼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자연의 이치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을 읽어 내는 것이다. 그의 시에 담긴 한번 태어난 존재는 죽음으로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숙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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