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앞들, 4년만에 돌아온 대규모 정월대보름 행사
시민들 달집 태우며 액운 날리고 보름달에 소망 빌어
행사장 곳곳 소방차·구급차, 안전요원 배치…위험 상황 대비

4년만에 열린 정동면 앞들 정월대보름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달집을 태우며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4년만에 열린 정동면 앞들 정월대보름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달집을 태우며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 2월 5일, 한해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사천시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동서금동 팔포물량장을 비롯해 120여 곳에서 크고작은 달집이 타올랐다.

사천읍 정동면 앞들에서도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규모 달집태우기행사가 진행됐다. 앞들은 사천읍의 앞마당 격이다. 너른 들을 자랑하는 만큼 액을 날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풍속과 그 의미에서 잘 들어맞는 곳이기도 하다. 넓게 펼쳐진 앞들 한쪽에 멀리서 보기에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커다란 달집이 자리를 잡고 시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시민들은 옷가지가 담긴 봉투와 소망을 적은 종이를 달집에 매달며 소망을 기원했다.
시민들은 옷가지가 담긴 봉투와 소망을 적은 종이를 달집에 매달며 소망을 기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사천청실회는 한해의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천·지·인을 상징하는 40척 소나무 기둥 3개, 24절기를 의미하는 26척 소나무 기둥 24개, 그리고 365일을 의미하는 대나무 365개, 일 년 12달을 의미하는 짚 12동, 4계절을 상징하는 솔가지 40단을 사용해 달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옷가지가 담긴 봉투와 소망을 적은 종이를 고이 접어 달집에 매달며 소망을 기원했다.

위험 상황에 대비한 소방차와 구급차가 달집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청‧소방서에서 나온 사람들과 주최 측 안전요원들이 행사장 곳곳을 지키며 질서 있게 시민들을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들 하늘에는 형형색색 수백 개의 연이 걸려 장관을 연출했다.
앞들 하늘에는 형형색색 수백 개의 연이 걸려 장관을 연출했다.
아이들은 금세 요령을 터득해 연을 하늘에 띄워 올렸다.
아이들은 금세 요령을 터득해 연을 하늘에 띄워 올렸다.
이날 사천 앞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이날 사천 앞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이날은 일요일인 데다 낮 기온이 11도를 가리킬 만큼 포근해 이른 시간부터 삼삼오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그루터기만 남은 볏논에는 주최 측이 나눠 준 연을 날리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뒤섞여 활기찬 모습이었다. 바람도 북동풍이 적당히 불어 처음 한두 번 실패하던 아이들도 연줄을 당겼다 풀었다 금세 요령을 터득해 연을 띄워 올렸다. 앞들 하늘에는 형형색색 수백 개의 연이 걸려 장관을 연출했다.

오후 4시부터 사천읍 자치센터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가수 축하공연, 민요 공연, 풍물놀이가 차례로 펼쳐지며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도 많아져 5시 무렵에는 수많은 시민이 달집 주변에 운집해 점화 순간을 기다렸다.

타오르는 달집 너머 달이 뜬 모습.
타오르는 달집 너머 달이 뜬 모습.

5시 59분경 화암 뒷산 너머로 마침내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달집에도 불이 붙었다. 검붉은 불기둥으로 변한 달집은 털끝만큼의 액운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망과 염원을 담아 하얗게 떠오른 둥근 달을 올려다보았다.

행사에 참석한 다수의 사람들은 가장 큰 소망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꼽았다.

화암 뒷산 너머 환하게 떠오른 정월대보름 달.
화암 뒷산 너머 환하게 떠오른 정월대보름 달.

현장에서 만난 강모 씨(사천읍 정의리, 72년생)는 “지난해에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 꼭 건강한 모습을 되찾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 찾았다”며 “타오르는 달집을 보니 근심이 좀 덜어진 듯도 하다”고 말했다.

김춘자(정동면 동계리, 44년생) 씨는 첫 번째 소망으로 “올 한해 자식들이랑 손자들 모두 건강하게 해주십사 달님께 빌었다”고 하며, 두 번째 소망은 “사천,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큰 사고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들의 말처럼 계묘년 정월대보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타고 사천시민들의 소망이 둥근 달까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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