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설이 엊그제 지났으니 본격적인 계묘년(癸卯年)이 되었다. 계묘년 올해는 ‘검은 토끼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토끼해라 하니 우리 고장 비토섬의 별주부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란 원래 오랜 시간을 두고 세상에 퍼져나가면서 말하는 사람의 여러 사정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양이 그 원조일 법한 ‘신데렐라 이야기’ 즉, 계모의 학대에 고통받는 전처소생 딸이 우여곡절 끝에 잔칫날 남기고 간 신발로 인해 왕자와 혼인하는 행운을 얻었다는 그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전해져서는 ‘콩쥐팥쥐 이야기’로 바뀌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는 일이다.

우리나라 「별주부전(鼈注簿傳)」의 바탕이 되는 근원설화는 인도의 「용원설화(龍猿說話)」로 알려져 있다. 이 설화는 인도의 불경 본생경(本生經)에 실린 불전설화(佛典說話)이며 본생경은 부처님의 전생(前生) 공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바다 속 용왕이, 그의 왕비가 잉태하여 원숭이의 염통이 먹고 싶다고 하자,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육지로 나와 원숭이를 만났다. 용왕은 살기 좋은 용궁으로 그대를 데려가겠다고 유혹하였다. 이에 원숭이가 기뻐하여 용왕의 등에 업혀 물속으로 가는 도중, 용왕은 그만 사실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놀란 원숭이는 염통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왔으니 얼른 다시 가지러 가자고 하였다. 용왕은 원숭이를 다시 육지로 업고 나왔다. 원숭이는 육지에 나오자마자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다.”

위 설화에서 원숭이는 부처님의 전생 모습 중 하나라 한다. 이 「용원설화」가 우리나라로 건너와 변용된 것으로 보이는 설화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오는 「구토지설(龜兎之說)」이다. 이 설화에서는 「용원설화」와 달리, 용왕의 아내가 용왕의 딸로, 그리고 원숭이는 토끼로 바뀌었고, 그 토끼를 유혹해 용궁으로 데려오는 존재로 거북이 등장하고 있다. 기지를 발휘하여 죽음에서 살아나는 이야기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구토지설」은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에 갔다 잡힌 몸이 되었는데 이 설화를 듣고 지혜를 발휘해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구토지설」이 세월이 가며 그 내용이 풍부해져서 나타난 것이 판소리 「수궁가(水宮歌)」, 「토끼타령」 등이다. 조선 후기에 오면 이 판소리가 바뀐 고전소설 「별주부전(鼈注簿傳)」이 나타난다. 이 판소리나 소설에서는 용왕이 병이 든 것으로, 또 ‘거북’이 ‘자라’로 바뀌어 나타나며 토끼가 유혹에 빠져 용궁에까지 잡혀갔다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한다는 그 틀은 거의 같되, 판본에 따라 그 결말은 조금씩 다르다.

자라가 토끼에게 속은 것을 알고 자결하려 하자 산신령이 나타나 약을 주어 용왕의 병을 낫게 했다는 결말이 있는가 하면, 자라가 자결한 결말, 자라가 처벌을 두려워하여 용궁에 돌아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살았다는 결말 등이 있다. 

우리 고장의 별주부전 설화는 결말이 비토섬 일대의 섬 이름에 따르고 있다. 즉, 토끼가 월등도에 밤중에 도착하게 되자 섬 그림자를 섬으로 착각하여 뛰어내리다 익사하여 생긴 섬이 토끼섬, 토끼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물에 떨어져 죽어 생겼다는 목섬, 용궁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자라가 자결해 생겼다는 거북섬이 그것이다. 

이야기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다만 지명이 있고, 그 지명에 따라 생겨난 이야기는 그 증거물로 인해 크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우리 고장의 좋은 설화의 전통성을 잘 살리고, 영리한 토끼의 지혜를 생각하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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