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린 ‘특별내신' 3자면담.. 전교조 "제도 개선 필요"

쫓겨난 자와 쫓아낸 자의 어색한 만남 23일 오전, 특별내신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떠나게 된 삼천포공고 강쌍권 교사가 이효환 교장을 찾아가 자신의 강제발령 사유를 묻고 있다.
본인 뜻과 무관하게 학교를 떠나야 하는 교사와 그런 인사 조치를 취한 학교장이 23일 서로 얼굴을 맞댔다. 교사는 “정확한 전보 사유를 밝히라”고 했지만 학교장은 “경영상의 이유”라며 두루뭉술하게 받아 넘겼다.

학교장이 ‘특별내신’이란 제도를 이용해 직권으로 평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시킴으로써 인사잡음이 일고 있는 학교는 삼천포공업고등학교다.

이날 오전, 강제전보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 강쌍권 교사는 김성혜 사천지회장을 비롯한 몇몇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함께 학교를 찾았다. 그는 학교장에게 왜 자신이 특별내신 대상이 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고, 전교조는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방문단의 최대 관심사는 ‘강 교사의 특별내신 사유’였다. 이와 관련해 이효환 교장은 “여러 가지 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취한 조치”라며, 두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방문단은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다” “그 정도 사유가 강제 전보조치 사유가 되느냐”고 따졌고, 이에 이 교장은 “일일이 거론할 순 없으나 학교 경영상 필요했다” “향후 일정이 있어서 길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동창회 관계자들이 강 교사를 두 번이나 찾아가 학교를 떠나라고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교장은 “동창회에서 찾아간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부탁한 적은 없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강조했다.

강 교사와 전교조사천지회 관계자들이 이 교장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분 남짓 이어진 양측의 대화는 서로 입장 차가 크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끝났다.

학교장 면담을 마친 강 교사는 “특별내신 사유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보공개신청으로 정확한 내신사유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인사과정에 학교장과 동창회로부터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가 가능한지 법률자문을 받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전교조 김성혜 사천지회장은 “현행 특별내신 제도는 학교장에게 일방적 인사권한만 줬을 뿐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라는 세부 지침이 없다”며 “악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효환 교장은 “오죽하면 특별내신 냈겠냐”. 이번 일로 학교가 시끄러워져선 안 된다”며 이번 일이 조용히 마무리되길 기대했다.

삼천포공업고등학교는 지난해 ‘산업수요 맞춤형고등학교’란 뜻의 마이스터고에 지정됨으로써 전국에서 신입생들이 찾아오는 등 인기가 높아졌다. 동창회를 비롯한 지역민들도 마이스터고 지정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라, 이번 인사잡음이 학교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특별내신! 학교운영을 위한 학교장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가, 아니면 입맛에 맞지 않는 교사 솎아내는 도구인가? 이런 논란이 마이스터고로 이름값 높은 삼천포공고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편 강 교사와 전교조사천지회는 이런 ‘특별내신’ 제도도 평교사의 인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번 일을 국가인권위에 알려 제도 개선을 요구할 생각이다.

실제로 현행 제도는 학교장이 학교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교사의 뜻과 무관하게 특별내신 할 수 있음만 밝히고 있을 뿐, 그에 대응해 일반 교사가 맞설 수 있는 장치는 전혀 만들어 놓지 않았다. 따라서 평교사는 그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그에 따르는 인격적 모멸감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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