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면 '고읍 쉼터'
정동면 '고읍 쉼터'
정동면 '동계정'
정동면 '동계정'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5년 전 일이다. 운동 삼아 마을을 걷다가 동네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우리 저어 가서 쉽시다.” 한 어르신이 가리킨 곳엔 동네 정자가 있었다. 그 정자에는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없다 보니 흔히 어르신들은 ‘저어’ 또는 ‘저기’라는 표현을 했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이 생기게 된 유래 또한 면지나 읍지에 잘 소개돼 있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를 쓰기 시작하면서 점차 옛 고장의 이름을 잊고 산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나 청년들이 장년이 되면 우리가 기억하는 정겨운 동네의 이름은 잊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마저 든다.

이 일을 계기로 마을(정자) 현판 제작 사업을 기획했다. 먼저 정동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서 면장님께 이런 마음을 전했다. 물론 현판 제작은 자비로 할 것이며, 처음부터 많은 일을 하기는 어려우니 힘닿는 데까지 천천히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정자 이름은 마을에서 의논해 정해 달라고 하면서.

마을 현판 작업은 서각실이 있는 고읍 동네부터 시작했다. 그 이웃 동네에도 정자에 현판이 걸렸다. 작업하는 내내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흰 손수건 앞에 이름표를 단 것처럼 기분이 설레었다.

나는 아직도 서각을 시작할 때와 처음 조각도를 잡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마음을 기억한다. 내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고 있는 문구 ‘덕승재(德勝才)’는 ‘재주가 덕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잔재주로 인해 명성이 올라가더라도 간혹 그 재주를 믿고 덕을 베풀지 않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작년 말에는 같이 서각을 하는 공방분들과 한 해를 보내면서 뜻깊은 일을 하면 어떨까 고민했다. 이 고민 끝에 12월 말에 정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작품 전시와 함께 ‘서각 작품 나눔 행사’를 했다. 정동면민들께 나눠 드릴 좋은 글귀를 새기면서 즐거웠던 마음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래서 또 감사하다. 앞으로도 ‘가진 재주를 사회에 환원하며 살자!’라는 첫 마음이 변치 않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월주의 서각이야기’는 이 글이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응원해 준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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