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회가 마련한 사천시민건강걷기대회

사회단체인 사천팔각회(회장 성재근)가 창립42주년을 맞아 사천시민건강걷기대회를 마련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행사에 운동 삼아, 취재 삼아 함께 걸어 봤다.

25일 아침 6시30분, 사천공설운동장에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 속으로 속속 사람들이 모여든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아이들은 한껏 웅크렸다. 반대로 나이가 높아 보이는 분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활기차게 팔을 흔들며 몸을 푼다.


얼마나 모이겠나 싶었는데 제법 수 백 명 모였다.
“날씨가 추운데 많이들 오셨네요.”
행사를 주관하는 팔각회 성 회장님께 인사를 건네자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벌써 걷고 있어요” 하신다. ‘아, 그렇구나!’

간단한 주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부리나케 운동장을 빠져 나간다. 아예 뛰는 사람도 여럿이다. ‘다들 왜 이리 바쁠까. 등수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걸음이 빨라진다.

오늘 걷는 여정은 운동장을 출발, 구암마을 입구인 반환점을 돌아 산기슭과 논길을 따라 돌아오는 것이다. 함께 걷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당연히 논길!!! 이른 아침 논길을 따라 걸어본 것이 얼마만이든가. 지역 정치인도 보이고 시청 공무원도 뵈지만, 조용히 걷고자 했던 첫 마음으로 거리를 두고 걷는다.

멀리 구암마을은 옅은 안개와 굴뚝 연기에 잠겨 있다. 그리고 우뚝 솟은 아파트 건물! 허나 이 시간만은 귀엽고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가을걷이 막바지에 접어든 들판, 아침햇살에 눈을 뜨는 억새꽃, 울그락푸르락 감나무 단풍까지, 모든 사물을 섞고 녹여 마침내 내 눈엔 낯익은 풍경화 한 장 남는다.


선두는 이미 반환점을 돌아 아스팔트길을 걷는 내 반대편 산기슭에 있다. 걷는 사람이 있어 그림이 더 아름답다. 나는 결국 반환점을 포기하고 지름길을 택했다.

들판은 힘든 일을 끝내고 쉬고 있다. 여름 내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생명을 키운 벼들은 알곡을 인간에게 내어주고 제 몸마저 쇠꼴로 바꾸었다. 땀 흘렸을 농부도 쉬는 듯 뵈지 않는다. 잘린 밑동에서 새로 움튼 싹은 ‘그래도 나 살아 있어’ 외친다.

어떤 논은 나무가 차지했다. 쌀농사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판단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걸까. 쌀직불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현실, 부동산투기 공화국의 한 단면이란 생각에 씁쓸하다.


날이 점점 밝아지니 눈썹보다 가늘었던 그믐달이 점점 빛을 잃는다.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고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나는 또 꽁무니에 섰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왔냐고 묻는다. 고맙다. “뉴스사천에서 나왔습니다.” “아, 뉴스사천! 들어봤습니다.” 더욱 고맙다.


뉴스사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친구 이야기, 일 이야기, 건강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느 새 운동장에 도착, 길게 늘어졌던 인간 띠가 한 덩어리로 변했음에 놀랐다.

알고 보니 무리가 아니다. 자전거 15대가 걸린 추첨을 앞두고 있고, 스탠드 한쪽에는 또 다른 경품 추첨 결과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렸다. 모두 기대에 부푼 표정이다. 팍팍한 삶, 변화 없는 일상, 그 속에 작은 행운이 주어진다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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