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해가 바뀌는 때를 맞으니, 속절없이 떠나보낸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살아 있을 날의 짧아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옛 노래 중, 이런 마음을 소재로 한 것은 무수히 많을 것이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아마 「사철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철가는 판소리 창자(唱者)가 본 연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부른 단가(短歌) 중 하나라 하는데, 요즘은 판소리를 떠나 독자적으로도 불린다. 영화 「서편제」에서 불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철가의 주 내용은 인생무상일 것이나, 단지 삶의 허무함보다 살아있을 때의 보람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뜻도 담았다. 즉, 삶은 짧고 덧없는 것임을 상기하게 한 뒤, 이 허무한 삶을 조금이라도 사람답고 즐겁게 살아보아야 되겠다는 것이다. 좀 길지만 노래로만 듣는 것보다 눈으로 읽는 것이 그 뜻을 더 자세하게 살피는 일이 되겠다 싶어 전문을 소개한다. 사철가와 더불어 하는 새해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원해 본다.

첫 부분은 또 다시 봄이 왔지만 늙으니 이 봄이 쓸쓸하기만 하다는 독백이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한들 쓸데 있나”

둘째 부분은 사철 풍광을 노래했다. ‘녹음방초승화시’는 여름의 녹음과 향기로운 풀이 봄날 꽃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송나라 왕안석의 시구다. ‘월백설백천지백’은 김삿갓 시 이야기에 나오는 공허선사의 시구로 달도 희고 눈도 희니 온 세상이 희다는 뜻이겠고, 늙음의 증표인 백발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겠다.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昇華時)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 오면/ 한로상풍(寒露霜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며는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셋째 부분은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한 부분이다.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오/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마지막 부분은 짧은 생을 사람답게 살면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보자는 소망을 담았다. ‘사후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는 죽은 뒤 진수성찬이 살아있을 때 한 잔 술만 못하다는 뜻이다. ‘국곡투식’은 나라 곡식을 도둑질해 먹는 것을 말한다.

“사후에 만반진수(萬飯珍羞)는 불여생전(不如生前)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끄트머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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