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자혜리·축동산단 화석에 ‘이전 보존’ 결정
사천시엔 보존 시설이 없어 ‘익룡발자국전시관’으로
“지질 유산, 지역에서 보존·활용해야 이익 지키는 셈”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산 33번지 일원에서 나온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이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으로 옮겨지게 됐다. 한국지질유산연구소가 12월 16일에 작업하는 모습.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산 33번지 일원에서 나온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이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으로 옮겨지게 됐다. 한국지질유산연구소가 12월 16일에 작업하는 모습.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문화재청이 사천시에서 발견된 화석산지에 대해 잇달아 ‘이전 보존’ 결정을 내리고 있다. 문화재 지정 여부를 떠나 “‘이전 보존’ 할 시설조차 제대로 없어 지역 자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과학교육과 교수(=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는 2020년 6월 12일에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의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서포면 자혜리 산 33번지 일원에서 진행한 연구 활동의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한국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대형 이족 보행 악어류에 관한 보행렬 증거(Trackway evidence for large bipedal crocodylomorph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였다.

이 논문의 핵심은 ‘세계 최초의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에 대한 연구’로, 백악기에 들어 멸종한 줄 알았던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가 우리나라 남해안 호숫가에선 살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그동안 사천 아두섬과 남해 가인리에서 발견된 ‘두 발 걸음’의 발자국도 익룡의 것이 아니라 원시악어의 것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이 논문은 그해에만 1만 3000회 넘게 다운로드(=내려받기) 돼 ‘2020년 다운로드 횟수 TOP 100’에 오르는 등 학계로부터 비상한 눈길을 끌었다. 세계 언론도 주목했다. 뉴욕타임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위크 등 세계 113개 이상의 주요 언론사가 보도했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서 관련 영상이 공유되면서 온라인 상위 1% 이내의 관심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끈 끝에 지난 11월, 해당 화석산지에 대해 ‘이전 보존’ 할 것을 주문했다. 매장문화재 보존 조치 평가 회의에 따른 조치였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에 또 생겼다. 축동면 축동일산업단지 조성 현장에서 발견된 조각류(두 발 또는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등에 대해서도 문화재청이 ‘이전 보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전 보존’과 달리 ‘현지 보존’은 관리에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문화재청과 지자체 모두 꺼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 화석산지를 현장에 두고 지역민이나 관광객에 개방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환경부에선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인증 제도를 두고서 지질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의 ‘이전 보존’ 결정에 따라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악어 발자국 화석 등 일부는 진주시가 운영하는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으로 옮겨진 상태다. 축동일반산단 화석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을 예정이다. 일부는 진주시 정촌면에 들어설 예정인 국립지질유산센터(가칭)로 옮겨질 수 있다. 반면에 사천시에는 화석을 이전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자혜리 화석산지를 연구한 김경수 교수는 “사실 자혜리 화석산지의 학술 가치는 논문으로 이미 인정받았다”며, “사업시행자도 현지 보존할 경우 협조할 뜻을 밝히는 데도 이전 보존 결정이 내려진 건 매우 아쉽다”고 했다. 이어 “지역의 모든 지질 유산을 그 지역에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게 합당하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지역 자원으로 얻을 이익을 잃는 꼴”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 문화체육과 김성일 과장은 “화석산지도 사천의 중요한 자원임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보존 시설이 없어 외부로 보낼 수밖에 없음은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는 “당장은 재정에 여력이 없지만, 지질자원을 문화관광과 접목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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