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N'과 함께] 이달의 인물 : 양소윤 푸드트럭 사장/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뉴스사천=심다온 기자]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 스스로 청년 문제를 고민하고,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정책 참여기구다. 2020년 11월, 사천에도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첫발을 내디뎠고, 올해 10월에는 2기가 발대식을 열었다. 양소윤 씨는 이번 2기의 대표를 맡았다. 삼천포대교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그녀가 정책 제안 활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나이, 만 서른넷. 두 아이의 ‘청년 엄마’이면서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그녀를 만났다.

삼천포대교 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를 맡은 양소윤 씨.
삼천포대교 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를 맡은 양소윤 씨.

“아직도 ‘한창’인 87년생입니다”

지난 11월 2일, 제법 쌀쌀한 바람을 포근한 햇살이 다독이던 오후, 삼천포대교 공원에 있는 양소윤 씨의 푸드트럭을 찾았다. ‘꼬시래기 김밥’으로 꽤나 입소문이 난 ‘맛집’이다.

“인구소멸 위험 지역, 사천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이자, ‘김밥 팔이 피플’이자 ‘청년 활동가’로 활동하는 양소윤입니다. 경상남도에서는 만34세로 끝물의 청년이지만, 만39세까지 청년인 사천에서는 아직도 ‘한창’인 87년생입니다.”

쾌활하면서도 열정에 대한 집요함이 가득한 목소리다. 소윤 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간호사로 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5년에 다시 고향 삼천포에 내려왔다. 그리고 2016년 10월, 대교 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시작했다.

“엄마가 갑자기 편찮아지셔서 내려오게 됐어요. 부모님이 식당을 하고 계셨거든요. 가게 일을 도우며 지내다가 사천시에서 여기 공원 내 푸드트럭 사업자를 공모하는 걸 보고 신청을 했어요. 항상 대교 공원을 오가면서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 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먼저 신청을 했던 친언니와 친척언니가 공고 소식을 알려줬어요.”

바로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또 한대의 푸드트럭 ‘뉴욕 타이거 푸드 카페’가 소윤 씨의 ‘언니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들은 소윤 씨의 가족이면서 사업 동료이자 일생의 조력자. 처음 3년은 메뉴에 대한 고민과 실험으로 보냈다. 지역 특산물과 태국 식자재를 이용한 덮밥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드라이브 삼아 와서 10분 정도 바닷바람을 쐬러 온 사람들은 그 이상 머물지 않았다.

“뭔가 ‘특이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우리만의 특별한 것을 찾아야겠더라고요. 그게 우리 부모님 가게 밑반찬이었던 꼬시래기를 주재료로 쓴 김밥이었어요. 2017년에 김밥을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서울과 남해를 오가다 우연히 들러서 먹어보곤 회사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온 사장님도 계셨어요.”

두 아이의 엄마로, 지역의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2017년 출시한 '꼬시래기 김밥' 만큼이나 맛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지역의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2017년 출시한 '꼬시래기 김밥' 만큼이나 맛있다.

청년 활동에 뛰어든 이유

단골손님이 늘고 서울, 대구, 통영, 거제, 창원 등 여러 타 지역에서 가맹점을 낼 것을 요청할 만큼 소문이 났다. 하지만 소윤 씨는 지금 이 ‘길거리 음식’을 가게 안으로 들여올 생각이 없다. 누구든지, 행색이 어떻든지 편안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곳은 푸드트럭만 한 것이 없다고 여겨서다. 눈치를 봐야 하거나, 남의 시선에 대응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픈 마음은 사실 그녀가 그 수고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힘들었어요. 얼마나 못 배웠으면 이런 장사를 하냐, 너네 부모들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냐…수도 없이 들었어요. 때로 정치권 인사나 기업 사장님이 응원 차 들르시기도 하는데, 제가 여자인 이유로 그런 상황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어요. 이 구역이 돌풍이 매우 센 곳이어서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고 의자와 함께 몸이 날려가서 부상을 당하기도 해요. 그래서 바람막이용 가림막 설치를 요청을 했는데 허가가 어렵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어요. 실은 이런 것들이 제가 청년 활동에 뛰어들게 한 이유가 됐죠.”

누구에게든, 어떤 이유로든 해선 안 될 ‘막말’을 들어가며 가혹한 순간들을 견뎌왔지만, 행정에 문을 두드릴 때마다 번번이 가로막히는 것은 계속 참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행정에 참여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2020년에 경상남도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지원했죠. 이런 활동을 하면 내가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2020년부터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 3기에서 4기까지 각 분과의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했고, 동시에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에서 소통 분과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2기의 생활 안정 분과장과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 3기에서 4기까지 각 분과의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했고, 동시에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에서 소통 분과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2기의 생활 안정 분과장과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함께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소윤 씨의 ‘청년 활동가’로써의 삶이 시작됐다. 뭐든 시작하면 대충하는 법이 없는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참여’를 찾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 3기에서 4기까지 각 분과의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했고, 동시에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에서 소통 분과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2기의 생활 안정 분과장과 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또한 2기 사천시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 중이다. 청년정책 제안서 작성과 실무 운영, 행사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생업에서 마주하는 불편과 부당함을 행정에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 그 폭이 넓어졌다. 사천에서 ‘뭔가 해 보고 싶었으나’ 소외 받았던 청년들, 결혼과 육아에 재능이 묻힌 ‘경력 단절 여성’ 등 사천 안에서 흔들어 깨울 수 있는 이들을 불러 모으고 함께 일어나는데 온 힘을 쏟고 싶단다.

“이번 2기 사천시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대표를 제가 맡겠다고 한 것은 ‘나를 필두로 뭔가 일으켜지면 좋겠다’, ‘함께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마음에서였어요. ‘청년 활동’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제가 움직이면 ‘저건 뭔가 있다. 분명히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다’ 생각하고 궁금해서 관심을 가지더라구요. 실제로 저를 보고 활동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젠 ‘그 떨어질 콩고물’을 만들어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나서고 있습니다.”

푸드트럭을 시작하던 해에 낳은 첫 아이가 이제 7살, ‘꼬시래기 김밥’을 출시할 때 가진 둘째가 4살이 됐다. 청년의 나이에 일과 출산, 육아를 함께 해낼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적극적 지원과 부모님과 일손 품앗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이런 품앗이가 필요해요. 저처럼 이렇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는 주변에 없는 이들을 위해서 정책을 만들려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겪고 있는 제가 행복하고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고 가정을 돌보는 것 어렵지만 잘 해내고 있어, 이런 방법도 있대, 혼자가 아니야, 돌파구가 있어’라고 해 줄 수 있다면, 누구든지 달려들어서 시도는 해보지 않을까요? 취업이든 창업이든 결혼이든지요. 어쩌면 결혼을 포기한 우리 언니도 ‘한번 해볼까?’라고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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