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올빼미

영화 '올빼미' 홍보물
영화 '올빼미'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인간은 현재를 산다. 그래서 지나간 역사는 사료나 역사적 증거로 짐작하고 다가올 미래는 그저 예측할 뿐이다. 영화가 다루는 우리가 모르는 시간은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사료나 예측에 상상 한 스푼을 끼얹어 경험하지 못한 시공간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한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에 아주 독창적인 상상의 가지를 더했다.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한 기쁨도 잠시 비운의 죽음을 맞았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영화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를 중심에 놓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핏빛 음모와 정체 모를 배신과 불안에 사로잡힌 왕조를 배경으로 음울한 광기가 러닝타임 내내 떠돈다. 그 광기의 중심은 인조 역을 맡은 유해진과 주맹증이 있어 밤에만 보이는 맹인 침술사 류준열이다.

많은 이가 우려했듯 왕 역할의 유해진은 조금 낯설다. 그러나 이 노련한 배우는 이질적이었던 첫인상을 놀라운 캐릭터 몰입과 연기력으로 단숨에 불식시킨다. 류준열 역시. 더불어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 호흡을 미스터리로 가득한 이야기의 힘으로 제대로 엮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사극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던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할 때만 해도 기대감이 차올랐으나, 그중에 웰메이드 영화라는 마크를 붙이기에는 대부분 함량 미달이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웰메이드라 더욱 돋보인다. 스토리, 캐릭터, 미술 그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매끄럽고 조화롭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개연성이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라고 덧붙인 한 줄에 현실감이 생기는 법이다. 사료를 바탕으로 한 역사극도 마찬가지다.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 이면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그럴듯하게 설득해냈다. 브라보!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