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심야 승차난 해소 위해 ‘택시 부제 해제’ 시행
개인택시 업계는 “환영”…법인택시 종사자는 “신중”
“시민들에게 도움 될 것”…“근본 대책이 될 수 없어”
찬반 의견 나뉘자 사천시 “모든 기사에게 의견 묻겠다”

심야의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택시 부제 해제’ 카드를 꺼낸 가운데, 사천시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심야의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택시 부제 해제’ 카드를 꺼낸 가운데, 사천시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심야의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택시 부제 해제’ 카드를 꺼낸 가운데, 사천시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 개인택시 업계와 법인택시의 사측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법인택시에 종사하는 기사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천시는 전체 택시 운수종사자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늦은 밤에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시민들의 하소연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이 문제는 사천시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겪는 일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택시 부제 해제’ 방침을 내놨다. 며칠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택시 운행을 쉬도록 한 규정을 없앰으로써 택시 운행 총량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택시 부제 내용을 담고 있는 <택시제도 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의 개정안이 시행되던 첫날인 11월 22일, 최근 3년 안에 법인택시 기사가 4분의 1 이상으로 현저히 줄어든 지역 등 33개 지자체에 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경남에선 유일하게 진주시가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자 사천의 택시 운수종사자와 시민들 사이에서도 ‘택시 부제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사천시는 11월 30일 ‘택시 부제 관련 의견 수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개인택시 운송사업 관계자와 법인택시 사측과 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사천시 민원교통과에 따르면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개인택시 운송사업자와 법인택시의 사측이 부제 해제에 대체로 찬성한 반면, 노동계는 대체로 반대했다.

의견 대립으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사천시는 모든 택시 운수종사자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시는 12월 2일 개인택시 사천시지부와 법인택시 측에 ‘12월 23일까지 택시 부제 해제에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를 알려 달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낸 상태다.

사천시 민원교통과 강상순 교통행정팀장은 “택시 부제 해제에 반대보다는 찬성 의견이 많은 편이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원만하게 진행하려 한다”며,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번 더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택시 부제는 1973년에 도입된 제도다. 당시엔 석유 파동으로 ‘에너지 절약’의 뜻이 컸지만, 지금은 운전자의 과로 방지와 차량 정비 시간 확보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 사천시에서는 현재 개인택시에 4부제, 법인택시에 6부제를 시행 중이다. 각각 3일과 5일 운행 뒤엔 의무적으로 하루를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천터미널 옆 택시승강장(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사천터미널 옆 택시승강장(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사천의 개인택시 업계는 ‘택시 부제 해제’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부제가 풀리면 그만큼 기사들이 더 일을 할 수 있으므로, 심야 승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사들의 벌이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1~2천만 원 더 오를 것”이란 업계의 분석에도 관심을 두는 눈치다.

신철수 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 사천시부지부장은 “택시 부제는 50년 된 낡은 제도”라며, “차량 정비와 피로 회복은 기사들이 알아서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시민들의 불편 해소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부제 해제로 심야 승차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반면에 법인택시와 노동계는 부제 해제에 반대하는 견해가 강하다. 국토부가 ‘택시 부제 해제’ 시행에 들어가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서 “택시 승차난은 종사자 부족으로 상당수의 법인택시 차량이 운행을 중단한 채 차고지에 방치되고 있는 상황과, 택시 면허 대수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심야 운행을 기피하는 개인택시의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며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현호 사천택시 노조위원장은 여기에 반대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세금으로 택시 감축사업을 펴고 있는데, 부제 해제는 이와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심야 할증률 인상이나 할증 적용 시간 확대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택시 감축사업은 국가와 지자체가 택시 면허를 사들여 시중에서 격리하는 정책으로, 사천시는 지난 8년간 15억 원을 들여 44대의 택시 면허를 사들인 바 있다.

이런 주장에 강상순 교통행정팀장은 “두 정책이 배치되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심야 승차난 해소라는 점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야 할증률 인상 등과 관련해선 “경남도가 판단할 문제”라며 사천시의 권한 밖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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