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보도(步道)에 노란 은행잎이 수북하다. 나무에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노란 잎이 이 계절의 장관(壯觀)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봄날의 벚꽃과 함께 계절의 바뀜을 어김없이 알려주는 우리 지역 명품 가로수다.

이 짧고도 좋은 때에, 작지만 흥겨운 잔치 두 곳에 다녀왔다. 

지난 19일에는 삼천포 앞 바다 신수도에서 이름하여 ‘제2회 시낭송회 및 신수도주민노래잔치’가 있었다. 신수도 출신 김학명 시인이 주로 애써서 만드는 행사다. 시인 몇 명과 어울려 신수도 둘레길 소풍을 겸해 해안길에 있는 박남조 선생 시비와 백 수십여 편 시 전시 판넬 들도 둘러볼 겸 모처럼 다녀왔다.

섬으로 가는 길이기에 가는 길은 당연히 뱃길이라, 모처럼 맞는 해풍과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바다 풍경부터 좋았다. 시를 읽으며 가는 해안길이 정다웠고 들길 산길 바닷길이 어울린 둘레길이 두루 이채로웠다. 천혜의 자연 풍광을 가진 신수도가 길이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보존되고 발전하기를 빌어 보았다. 

시 낭송과 노래잔치는 어울리기가 생뚱맞을 것 같으면서도 여기서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래 가사가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시를 말로 정감있게 읽으면 시 낭송이고 시에 곡을 붙여 부르면 노래다. 시와 노래는 전문적일 듯하지만 지향하는 바는 다 대중적이다. 잘하고 못하기를 떠나서 다 함께 어울리니 신명나는 한 판이 펼쳐졌다. 

20일 좀 늦은 오후부터는 사천읍 ‘막걸리 문화촌’에서 ‘제20회 무안 승달 국악대제전’ 무용 부문 명인부 대통령상을 수상한 곤명 완사의 김태호 씨와 ‘매천 황현 선생 탄신 112주년 전국시조 경창대회’ 대상부 장원상을 수상한 김종욱 씨를 축하하는 잔치가 베풀어졌다.

이 잔치는 여러 출연자들과 도우미들의 협조도 물론 있었겠지만, 예술과 민족 전통 문화를 아끼는 최인태 촌장의 순수한 마음씀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먼저 문화사랑 새터의 ‘길놀이’와 ‘비나리’ 공연이 있었다. 길놀이는 풍물을 울림으로써 잡귀를 쫓아 사방을 정화하고자 하는 목적의 놀이라 하겠고, 비나리는 복을 비는 노래와 풍물놀이라 하겠다. 

이어 곤명 완사에 있는 ‘연지골 예술원’ 단원인 정미경·성은숙 씨가 ‘입춤’을, 같은 단원인 신미나 씨가 ‘벅구춤’을 선보였다. 입춤은 정해진 형식이 없는 춤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하여 서서 추는 즉흥춤이라 하고, 벅구춤은 소고보다는 크고 일반 북보다는 작은 북을 들고 신명난 장단에 따라 추는 춤이라 한다. 연지골 예술원은 이날 잔치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김태호 씨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마지막 공연으로 이 날의 주인공 두 분의 공연이 있었다. 먼저 김태호 씨가 ‘한량무’를 선보였다. 원래 입상한 춤은 ‘승무’라 한다. 김종욱 씨는 평시조 ‘청산은 어찌하여’와 우시조 ‘나비야 청산가자’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두 분의 예술이 무한하기를 기대해 본다.

막걸리촌답게 각종 술과 맛깔스런 안주가 함께 차려져 이날 잔치의 흥을 돋웠다. 이날 술은 계절에 따라 ‘두견주, 연화주, 국화주, 송화주’가 주로 나왔다. 각기 진달래꽃, 연꽃, 국화, 솔방울을 넣어 담근 술이다. 잔치는 밤까지 이어져 다들 짧은 가을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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