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이번 보도를 마지막으로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 쓰기’ 기획이 끝났다. 함께한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 연구자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에 감사를 전한다.
이번 보도를 마지막으로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 쓰기’ 기획이 끝났다. 함께한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 연구자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에 감사를 전한다.

[뉴스사천=심다온 기자]봄이 끝나갈 무렵 발을 뗀 이번 기획이 두 계절을 지나고야 끝이 났다. 영국, 아일랜드, 스리랑카, 중국, 프랑스 출신의 외국인들은 그동안 한국 공공언어의 매운맛을 톡톡히 봤다.

“한국말 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공문서 내용을 보고 있으니 ‘우물 안 개구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수랑가(스리랑카) 씨에 이어 오인(아일랜드) 씨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제가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매일 한국어를 공부했는데도 이 공문서들을 볼 때마다 참 어려웠어요.”

한자에 익숙한 이영영(중국) 씨에게도 공문서는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외국에서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인데 특히 공문서가 이해가 안 되면 생활에 어려움이 많아요. 좀 쉽고 간단하게 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근데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저희가 배려를 받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씨가 소감에 담은 ‘배려’란 말은 이번 기획을 한마디로 갈무리할 수 있겠다. 의료, 교육, 주거, 복지, 교통·통신, 경제 6개 분야의 다양한 공문서를 톺아봤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배려’였다.

공공언어는 아이나 어른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이나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기획이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나 쉬워야 하나’를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외국인을 이번 기획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그렇다고 쉬움의 정도를 외국인의 한국어 수준에 맞추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려운 공공언어에 있어서는 가장 약자가 될 테고, 그들에게 다정한 공공언어라면 한국인 누구에게도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공공언어가 그 누구도 속앓이를 안 하도록 막아주는 길은, 결국 각 분야의 공문서 작성자들이 ‘어떤 쉬운 우리말로 쓰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까?’란 질문에 답을 하는 마음으로 안내문을 쓰는 것이다.

띄어쓰기나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은 표현, 평소 쓰는 말로 쉽게 풀어 쓰지 않은 한자어는 국민에게 고단함을 더한다. 쉽고 친숙한 용어나 어조보다 어렵고 권위적인 한자어도 그러하다. 아이들의 학교 급식에 관한 안내문에 등장한 ‘직권조사’란 단어는 위압감까지 들게 해 불필요했다. 

이와 더불어 격식을 지나치게 차리거나 높임말을 반복하는 표현도 덜어낼 필요가 있다. 문장 부호나 기호를 쓰지 않아 혼란을 주는 표현, 문장 부호를 잘못 사용해 의미가 흐려지는 표현도 명확히 고쳐 써야 한다.

‘건보료, 건보공단’ 등 본말을 밝히지 않고 쓴 줄임말, 필요한 설명 없이 무분별하게 쓰인 외국어, 서술어와 목적어의 호응이 일치하지 않아 어색한 표현을 여럿 발견한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적절한 조사를 빼고 한자식 명사를 무뚝뚝하게 나열하거나 지나치게 줄인 말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아선다. 많은 양의 정보를 매우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쓴 내용은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예시나 사진, 그림을 함께 싣는 것이 좋다.

“제 한국어 실력이 정말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공문서의 어려웠던 말이 쉽게 풀릴 때마다 뿌듯했어요.” 에이든(영국) 씨의 뿌듯함이 우리 공공언어에 와 닿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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