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지원센터,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발표
대부분 상시 연장근로…항공산업 내 이직 많아
코로나19 이후 임금저하, 복지제도 축소 등 경험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 개선 등 해결과제로 꼽아
민주노총 "노동환경 조사와 처우개선, 지자체가 나서야"

민주노총 사천지부가 11월 8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사천항공산단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사천지부가 11월 8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사천항공산단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사천시 비정규직근로자 지원센터가 항공산업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비정규직 센터는 사천시와 인근 지역 항공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직접 기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8월 8일부터 9월 16일까지 약 6주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항공산업 노동자 179명이 응답했다. 

비정규직 센터에 따르면, 조사참가자 10명 중 4명 이상이 ‘항공산업 내 이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이직 사유로는 ‘업무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아서’(54.32%), ‘비슷한 타 업체에 비해 임금인상 폭이 낮아서’(37.04%)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정규직 센터는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이직에 현 직장의 임금수준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사참가자 10명 중 8~9명은 상시적인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1주 60시간을 초과하여 일한다(8.94%)는 경우를 포함해, 10명 중 2명 정도는 주 52시간을 넘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설 설치 유무의 경우, 대부분은 실내 휴게시설이 설치되어 있다고 답했으나, 10명 중 2명은 실내 휴게시설이 없어 옥외에서 의자, 자판기 등 편의시설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 센터는 지난 8월 18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업체 대표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연차휴가 사용의 경우 83%는 적법하게 보장받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참가자 11%는 휴가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당으로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조사참가자 10명 중 3명 정도(26.82%)가 업무상 질병 또는 부상(산업재해)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산재보험 신청을 한 경우(5.59%)보다 신청하지 않은 경우(21.23%)가 더 높게 나왔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상병이 가벼워 산재보험을 신청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41.67%)’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41.67%에 달했다. 

회사에서 법정 모·부성보호 제도(출산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와 가족돌봄휴가를 보장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53.6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사에서 이 제도들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11.73%)거나 아예 이 제도를 보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34.64%)는 응답도 있었다.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 본인의 노동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조사참가자 40.22%가 ‘단축근로·휴업 등으로 임금저하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각종 복지제도가 축소되거나 없어짐’(34.64%), ‘노동강도가 높아짐’(26.82%), ‘고용이 불안해짐’(10.55%) 등 응답이 나왔다. 반면, 조사 참가자 27%는 ‘코로나19 이전과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사천시 비정규직근로자 지원센터가 사천지역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사진은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변.
사천시 비정규직근로자 지원센터가 사천지역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사진은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변.

조사 참가자 10명 중 4명은 ‘동의없는 연장·야간·휴일 근로 강요’, ‘동의 없는 연차휴가 사용 또는 휴직/휴업 강요’ 등 부당대우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부당대우와 관련해, 대부분은 그냥 참고 넘어갔거나 개인적으로 항의하는 등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했다고 답했다. 

조사참가자들은 현 직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으로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67.82%)’을 꼽았다. 다음으로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인 회사경영(34.08%)’, ‘경직된 조직문화’와 ‘고용불안(각 30.73%)’, ‘장시간 노동(29.05%)’, ‘휴일·휴게 등 휴식권(16.76%)’ 등을 언급했다. 

비정규직센터는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 등으로 항공산업 관련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사천지역 항공산업 종사자에 대한 노동환경과 현황·실태 등을 파악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항공기부품제조업 종사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에 대해 살펴보고, 1차로는 사업장 내 노동법 준수를 독려하고 2차로는 더 나은 노동조건 실현과 건강한 노사문화를 장려하고자 한다”고 실태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노총 사천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해 11월 8일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천시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사천시와 관계기관은 항공산단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의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 간 소통으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사천 항공산단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민주노총은 사천시와 관계기관 면담,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인 감시와 실천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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