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안」…사천 공동상영회에서 구자환 감독 주장
“정치 아니라 인권과 생명 존중의 눈으로 봐야 해결”

사천진보연합 등 사천의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일 롯데시네마 사천관에서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태안'을 상영했다.
사천진보연합 등 사천의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일 롯데시네마 사천관에서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태안'을 상영했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불이 켜지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3일 밤, 롯데시네마 사천관에서다. 상영된 영화는 <태안>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무렵 충남 태안군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것으로, 사천에서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사천진보연합 등 사천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잊지 말자는 뜻에서 이날 공동상영회를 마련했다. 상영회에는 시민 80여 명이 함께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사천유족회 회원들은 고령에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연출을 맡은 구자환 감독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민간인 학살 사건을 소재로 <레드 툼>(2015년)과 <해원>(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영화를 만든 것을 두고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가슴 아픈 일인데, 어찌 이렇게나 관심이 없을 수 있나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태안군은 군경뿐만 아니라 좌우 부역자들에 의한 학살도 심했던 곳”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마을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해’라는 의제를 꺼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가해자가 먼저 사죄를 구하거나 처벌받거나 하지 않아 매우 조심스러웠다”라고 마음을 털어놨다.

영화 을 제작한 구자환 감독.
영화 을 제작한 구자환 감독.

구 감독은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인권과 생명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해결책이 보일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적대 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두고는 “국가가 지켜야 할 국민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 했고,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 정의했다.

그는 끝으로 ‘국가 지정 추념일 제정’을 주장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 사건이)교과서에도 실릴 것이고, 전체 국민이 다 알 수 있지 않을까”라며, “추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국가가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비극도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사천유족회는 11월 10일 오전 10시, 사천시 사남면 소재 사천왕사에서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제13회 합동위령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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