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⑭ 통신‧교통 분야Ⅱ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정보를 담아 나르는 수단은 인터넷 매체, 특히 웹 사이트의 개인 블로그가 요즘엔 대세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형태로 여행, 맛집, 상품 후기, 법률, 의료, 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작성자가 지극히 주관적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공공에 이익을 주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고, 더불어 공적 신뢰도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수많은 사람이 여러 분야의 정보를 각 부처의 공문서를 찾기보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얻는 것일까?

통신‧교통 분야의 두 번째 연구에서 교통 관련 공문서를 살피던 중국 출신의 이영영 씨는 “개인 블로그에는 공문서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경험이나 예시와 함께 보여 주니까 공문서보다 훨씬 읽기가 쉽다”란 답을 내놨다.

교통 분야의 공문서 ‘부가 운임 징수기준 및 열차 이용 에티켓’을 들여다보면, 이 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줄여서 쓰고, 간단히 전달할 수 있는 내용에는 굳이 여러 말을 붙여 읽기가 번거롭다. 게다가, 매우 작은 글자 크기로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밀어 넣다 보니 마치 해변의 모래알을 세는 듯한 피로감이 든다.

‘정당한 승차권을 소지하지 않고 열차에 승차한 경우: 기준운임의 0.5배(50%)’라는 표현을 보면 본래 운임에 더하여 50%를 더 내야 하는지, 50%를 할인하여 그만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물론 제목에서 ‘부가운임’임을 밝히고 있으나, 단어도 어렵고 설명도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부과되는 운임에 더해지는 비용이 있음을 의미한다면 ‘기준운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내야 함’으로 덧붙여 주면 쉽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표현도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데에 걸림돌이다. ‘시간 촉박 등으로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무단으로 승차한 경우’란 문장은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승차한 경우’로 바꾸면 간결하다. ‘해당 열차 매진으로 다른 열차 승차권 구입 후 임의 승차’란 대목에서도 ‘다른 열차 승차권으로 승차한 경우’라고 쓰고 글자 크기를 조금 키운다면 읽기에 수월하다.

다음으로 살필 공문서 ‘창원시 공영 자전거 사용(누비자)’에서는 굳이 필요치 않은 한자어의 나열이 눈에 띈다. ‘고의 또는 과실 장기 대여(최대 대여 시간 초과)’란 부분에서 괄호 앞에 쓴 ‘고의 또는 과실 장기 대여’는 꼭 알아야 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잘못된 행위의 ‘이유’를 덧붙이며 과도한 정보를 제시한다. 이를 ‘최대 대여 시간 초과’라고 해도 충분하다. ‘고의든 실수든 상관없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인 까닭이다.

또한, 필요한 예시를 제시하지 않았거나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한 부분도 눈에 띈다. ‘부정, 변칙대여 사용(명의자)’이란 표현에서는 ‘부정 대여’와 ‘변칙 대여’의 예시를 밝혀 줘야 명확한 규칙이 전달된다. ‘보조잠금장치 열쇠 도용(반납 후 보조잠금장치 이용)’이란 내용도 불법으로 보조 잠금 열쇠를 복사해 뒀다가, 자전거 반납 후에 복사한 열쇠로 잠금을 열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나, 예시가 없어 또렷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문서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을 배려한다면 블로그만큼 쉽고 편하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교통 분야의 첫 번째 공문서 ‘부가 운임 징수기준 및 열차 이용 에티켓’.
교통 분야의 첫 번째 공문서 ‘부가 운임 징수기준 및 열차 이용 에티켓’.
교통 분야의 두 번째 공문서 ‘창원시 공영 자전거 사용(누비자)’.
교통 분야의 두 번째 공문서 ‘창원시 공영 자전거 사용(누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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