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우리 지역 극단 장자번덕에서 아주 특기할만한 일을 해 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각 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학교 밖 주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2022년 토요꿈다락문화학교’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어 <문화예술놀이터 담쟁이>라는 이름으로 대략 반년 동안 주로 어린 학생들과 시와 뮤지컬을 통한 예술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인 책, 『하늘과 바다 그리고 우리를 닮은 예술놀이터』를 펴내 지난 22일 그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이다. 

담쟁이는 덩굴을 벋어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식물인데,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에서 이 담쟁이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노래하기도 한 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시의 마지막 부분은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이다. 또, 이 책의 제목에서 보이는 ‘하늘과 바다와 그리고 우리’는 우리 고장의 ‘자연과 사람의 잘 어울림’을 나타낸 말로 읽을 수 있겠다.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박재삼문학관을 중심으로 박재삼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하여 문학, 미술, 음악, 연극이 함께 어울리는 활동을 하였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이 결실되었다고 하니, 우리 지역의 문학과 예술을 빛내는 데 장자번덕이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은 종합예술이기에 문학, 미술, 음악, 몸짓이 모두 가능한 극단 장자번덕에서라야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 극단 장자번덕의 노고에 문학인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에 실린 어린이들의 여러 작품을 본 첫 느낌은 어린이다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른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무언가 시원하지 못한 느낌과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어른들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만의 깨끗한 마음, 흔히 때 묻지 않았다고 한, 그 해맑음이 있었다.

어른들의 시에 보이는 기교가 전혀 없어 좀 서투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 기교가 없는 것이 장점이 된 시들이었다. 시적 재주야 커 가면서 저절로 익숙해지면 될 일이다. 그러니 좀 못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 작품들이었다. 성형을 하지 않은 민낯의 밝음이 빛났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잘 되고 못 됐다는 우열이 없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된 몸짓도 아마 그렇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온 어린 시인들 또는 화가나 장래의 배우들에게는 어른들보다 훨씬 더 발전해 갈 많은 시간이 있기에 그들의 성장을 어른들 눈으로 미리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어린이들이 이 프로그램 참가를 계기로 장차 이뤄낼 성과를 상상만 해 보자.

이 책에 실린 어린이들의 시들 중 가장 먼저 소개된 김민영 어린이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바다」이다.

“출렁출렁 바다 소리/ 저녁 즈음에 가면/ 노을이 져서 더 예쁘다./ 아침에 가면 바다가 반짝/ 빛이 난다. 파도소릴 들으니/ 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아침과 저녁이 다른 모습을 가진 바다, 그 바다가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는 느낌을 깔끔하게 노래한 시다. 읽는 사람도 마음이 함께 편안해지는 것 같지 않을까 싶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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