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⑬ 통신·교통 분야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영어는 영향력이 매우 큰 언어다. 그래서 다양한 언어에 조금씩 섞여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잡지에서 영어 혼합 문체를 많이 쓰고 이는 때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 분야에서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와 쓰는 일은 매우 흔하다. 또한 ‘컴퓨터’처럼 한국어 안에 오랫동안 스며들어 있는 외래어들은 무조건 우리말로 순화해 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문서에서만큼은 국민이 알아들을 만한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신·교통 분야의 첫 번째 연구로 들여다본 공공안내문 <내 PC 돌보미 보안점검으로 인터넷 생활을 안전하게 보호하세요>에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외국어가 담겨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정용 개인PC…IoT 기기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는 대목에서 ‘IoT’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문서의 내용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IoT’는 ‘Internet of Things’의 약자로 ‘사물 인터넷’을 의미하는데, 공문서는 ‘한글’ 표기를 원칙으로 하므로 이처럼 알파벳 약자만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경우는 말 전체를 표기하더라도 대부분 국민이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문서에 ‘IoT’를 꼭 넣어야 한다면, 전체 영어 표현과 함께 한글 표기로 발음을 적어 함께 제시하고 그 뜻도 풀어 써 줘야 한다. ‘…IoT(Internet of Things, 아이오티/인터넷으로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서비스) 기기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고 하면 좀 더 쉬워진다.

‘셀프체크는 이용자 스스로…’란 부분에서 ‘셀프체크’란 말은 영어 사용자들도 쓰지 않는 표현이다. 아일랜드인 오인 씨는 “이 말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스스로 확인하라’란 한국어 표현에 영어를 끼워 맞춘 표현 같다”며 의아해했다. 오인 씨의 말처럼 이는 ‘스스로 확인’ 혹은 ‘직접 해보기’란 우리말로 간단히 채워 넣으면 된다.

우리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말은 한국어 어문 규범을 지켜 한글 표기로 표현하면 되는데 이마저도 틀린 사례가 발견된다. 모바일 기기 점검 내용에 나와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란 말은 외래어 표기법 따라 ‘애플리케이션’으로 바꿔야 한다. ‘상단’과 ‘하단’이란 한자어도 ‘위의’, ‘아래의’라는 우리말 표현으로 더 쉽게 쓸 수 있다.

또 다른 공공안내문 <통신장애 시 이용자 행동 요령>에서는 외래어 표기가 명사로만 나열된 문장이 눈에 띈다. ‘데이터 접속 장애 대비 테더링(핫스팟) 기능 숙지’라는 대목인데, 이를 적절한 조사와 어미를 사용해야 이해가 더 쉽다. 또한 ‘테더링(핫스팟)’이란 기능 자체는 많은 국민에게 익숙할 수 있으나, 이 용어를 모를 수 있는 국민을 배려해 그 의미도 함께 담아야 한다. 게다가 ‘핫스팟’은 외래어 표기 규범에 ‘핫 스폿’으로 하도록 정해 둔 것도 염두에 둬야겠다.

따라서, ‘데이터 접속 장애를 대비해 테더링(핫 스폿) 기능을 잘 알아두기. ※테더링(핫 스폿)이란? 스마트폰과 같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를 장치로 활용해, 다른 기기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 공유 기능’으로 고쳐 쓰면 더 부드러운 안내가 된다. 

외래어를 우리말에서 모조리 쓸어 낼 수 없는 시대지만 적어도 ‘외래어 표기법’을 지킨다면 한국어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을 터이다.     

통신·교통 분야 공공안내문 '내 PC 돌보미 보안점검으로 인터넷 생활을 안전하게 보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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