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대무가

영화 '대무가' 홍보물
영화 '대무가'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요즘은 영화를 보겠다고 결정하기까지 과정조차 어렵다. ‘재밌겠네’, ‘신선한데’ 정도의 가벼운 이유로 티켓을 구매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소재부터 배우, 심지어 감독의 전작까지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 치솟는 물가에 영화관람에 드는 비용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닌 탓이다. 이런 시절에 무당이라는 소재는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동네 어귀에서 굿판이 벌어지곤 했는데 이제는 도무지 찾아볼 길이 없다. 그나마 낯익은 굿판이 <곡성>에서 황정민의 열연 정도인데 심리적 거리감이 꽤나 먼 소재인 무당이라니, 따라서 <대무가>라는 낯선 타이틀은 자연스레 호불호가 갈린다. 무당이라는 단어 혹은 직업이 주는 오컬트적 요소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게 뭐지?’라는 반응도 예상할 수 있다. 제대로 한 판 놀아야 본전은 찾을 수 있겠다.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떨어진 신빨을 찾고 싶은 욕망 하나로 용하다 소문난 전설의 ‘대무가’ 비트로 뭉친다. 무당도 알고 힙합도 아는데 이질적인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어울리지라는 의문이 호기심을 앞질렀다면 그런 선입견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크게 심각할 구석이 없다는 점이다. 얼핏 단점이기도 한 이 가벼운 동력은 영화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힘 빼고 달려가는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신선하다. 안전장치에 집중하기보다는 프리스타일 무대처럼 한 판 제대로 마음대로 굿판을 벌이고는 뒷짐 지고 낄낄거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매력적이다. 소재뿐 아니라 편집, 음악, 캐릭터까지 이질적인 포인트를 잃지 않으면서 호기롭게 뒤섞인다. 

갈수록 신선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춘 영화가 드물어졌다. 흥행이나 차기작에 대한 부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혼종의 시대에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어려워진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무가>의 프리스타일은 귀한 보석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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