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으로 흥하는 흥겨운’ 마을답게 잔치상도 풍성
2022 행복 농촌 만들기…농식품부 장관상 영예
하나로 뭉친 주민들의 화합과 배려가 만든 쾌거

장전2리 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2 행복 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은상의 영예를 안았다.(사진=사천시)
장전2리 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2 행복 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은상의 영예를 안았다.(사진=사천시)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토요일인 지난 10월 1일 사천읍 장전2리 마을에서 동네잔치가 떠들썩하게 열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2 행복 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은상의 영예를 안은 것을 자축하는 행사였다. 이 마을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까. 궁금증에 동네잔치를 찾았다.

장전2리 마을 전경
장전2리 마을 전경

장전2리의 다른 이름은 노루밭 마을이다. 노루들도 한가로이 풀을 뜯고 놀 만큼 살기에 좋다는 뜻이 담겼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첫인상에도 오붓하다. 동네 골목은 비로 쓴 듯 깨끗했다. 진입로 중간에 소담히 핀 꽃 사이로 앙증맞은 마을이정표가 눈에 들었다. 사람의 손길이 아니고서야 이리 정연할 수 있을까. ‘장관상을 그냥 받은 게 아니구나.’

진입로 중간에 소담히 핀 꽃 사이로 앙증맞게 선 노루밭 마을이정표
진입로 중간에 소담히 핀 꽃 사이로 앙증맞게 선 노루밭 마을이정표

‘잔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은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주민뿐만 아니라 사천시장을 비롯한 여러 공무원, 농협 관계자, 다른 마을의 이장들도 함께해 내 일인 양 기뻐했다. 웃음과 축배 속에서 간간이 주민들을 만나 마을에 관한 궁금증을 풀었다.

토요일인 지난 1일 사천읍 장전2리 마을에서 동네잔치가 떠들썩하게 열렸다.
토요일인 지난 1일 사천읍 장전2리 마을에서 동네잔치가 떠들썩하게 열렸다.

화합과 배려가 행복 마을의 열쇠
마을 주민들은 이번 성과의 비결로 화합과 배려를 꼽았다. 마을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강기학(54년생) 씨는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골목을 청소하고 꽃길도 조성하고 마을 가꾸기에 손을 보탰다”며, 무엇보다 마을 이장과 부녀회 회원들의 노력이 주효했음을 강조했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을 꽃길을 조성하고 있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을 꽃길을 조성하고 있다.

강 씨의 말처럼 장전2리 마을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어르신들에게 공동급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부녀회장 하점옥 씨는 “부녀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챙기는 게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이라며, “마을 공동급식은 어르신들의 안부도 확인하고 건강도 챙겨드리는 일이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전2리 마을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어르신들에게 공동급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장전2리 마을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어르신들에게 공동급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장전2리 마을 인구는 모두 66명이다. 70세 이상 고령 인구가 31명으로 마을 천체 인구 중 약 32%를 차지한다. 독거노인 가구는 11가구에 이른다. 마을 주민들은 고령화되어가는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공동급식에 뜻을 모았다. 이때가 2016년 무렵이다.
박영옥 이장은 “어르신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마을 공동급식이었다”며, “하지만 소득 없는 복지 사업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장전2리는 2017년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장전2리는 2017년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성장의 발판이 된 마을기업
지속적인 공동급식 자금확보를 위해 2016년 행정자치부 마을기업 육성 공모사업에 응모, 선정되며 이듬해인 2017년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8년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놀루와 문화센터’ 건립), 2019년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집수리’ 지원 사업(동네 벽화, 노후 집수리) 등에 꾸준히 지원해 동네를 변모시켜 갔다. 박영옥 이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농촌 활성화 현장 포럼 우수사례 발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의 주 수입원은 감자와 감말랭이, 절임 배추다.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의 주 수입원은 감자와 감말랭이, 절임 배추다.

마을기업인 ‘노루밭영농조합’의 주 수입원은 감자와 감말랭이, 절임 배추다.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이 무상으로 임대한 농지에서 6월엔 감자를 재배·생산·판매하고 가을에는 배추를 심는다. 겨울에는 감말랭이와 절임 배추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감말랭이의 경우, 마을에서 생산되는 감을 마을기업이 수매해 주민들이 직접 가공해서 판매한다. 이는 노인 일자리 확보와 수입으로 이어진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마을기업이 벌어들인 수입은 약 4000만 원이다. 이번에 시상으로 받은 상금 2000만 원도 마을 기금으로 편성해 마을의 여러 문화·복지 사업에 쓸 예정이다.

어르신들은 한글동아리 활동으로 글을 배우며 여가를 즐긴다.
어르신들은 한글동아리 활동으로 글을 배우며 여가를 즐긴다.

사람을 위한 복지는 계속된다
장전2리는 2016년부터 꾸준히 마을의 문화·복지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풍물, 여행, 건강체조, 한글 등 4개의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은 한글동아리 활동으로 글을 배우며 여가를 즐긴다. 2019년에는 어르신들의 시가 담긴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모두가 한마음, 장전2리 부녀회원들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모두가 한마음, 장전2리 부녀회원들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부녀회는 해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한차례 이상 단체 여행을 한다. 마을 행사에는 풍물동아리의 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엔 도시락으로 어르신들의 공동급식을 이어가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믿고 있다. 장전2리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침 잔치가 열린 10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들의 고독사, 무연고 사망, 자살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장전2리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게 한다.

부녀회는 해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한차례 이상 단체 여행을 한다.
부녀회는 해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한차례 이상 단체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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