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늑대사냥

영화 '늑대사냥' 홍보물
영화 '늑대사냥'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범죄자들이 동남아시아로 도피했다. 경찰은 움직이는 교도소라고 불리는 배로 이송시키려 하고 범죄자들은 탈출을 꿈꾼다. 그리고 그 배 안에서 극한의 상황이 벌어지는 내용이 <늑대사냥>이다.

이 정도만 정리하고 보면 액션/범죄 스릴러 영화인 듯한데, 게다가 연출자도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의 김홍선 감독이지 않은가.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하드코어 고어물이다. 피 칠갑 수준이 잔혹하다 못해 혐오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청불 영화인 이유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겠다. 

국내에 슬래셔 또는 고어는 드문 편이라 이런 장르의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뭔가 포인트가 어긋났다. 김홍선 감독은 “단 한 번도 슬래셔나 고어물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지 않았다”며, “끓어 넘치는 물 같은 액션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본인의 뜻과는 달리 그냥 고어 영화다.

사실 액션스릴러든 고어든 재미만 있으면 별 상관없으련만 이도 저도 아니란 게 문제다. 드물디드문 고어팬들에게는 그저 심심하고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불쾌감만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황당한 장르 변화와 전개는 어리둥절 그 자체다. 정보 없이 극장에 찾았다가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극한의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꼴이다.

피와 살이 난무하지만 불쾌감만 줄뿐이고, 제대로 만든 고어가 주는 심장 쫄깃한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 이쯤 되면 B급을 의도적으로 지향하나 싶은 의구심마저 생긴다. 장르 전환이나 잔인함이 문제가 아니라(사실 이것도 만듦새만 좋으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플롯과 스토리가 문제다. 부족한 이야기와 개연성을 보완한답시고 음향효과만 극대화하다 보니 완성도 또한 볼품없다.

오발이 명중하길 기대했을까. 물론 이러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으나, 흥행을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가 이처럼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거라면 그것 또한 정말 문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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