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차분해진 일선 학교 졸업식

여고생이 여중생의 옷을 강제로 찢고서 인근 바다로 끌고 가 빠뜨리고, 속옷 차림의 반나체 상태로 대로를 질주하는 등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청소년들의 졸업식 뒤풀이 장면이 충격을 주고 있다.

계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리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 정도로 청소년들의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용현면 용남고등학교 졸업식 장면.
사천지역 일선 학교의 졸업식 풍경은 어떨까 궁금했다. 11일 졸업식이 열리고 있는 용현면의 용남고등학교를 찾았다.

교장선생님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졸업식은 여느 학교의 졸업식과 별반 차이 없이 진행됐다. 예전처럼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졸업생이나 교사는 없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졸업식이 이어졌다.

이날 졸업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졸업생 103명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졸업식 내내 옆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환하게 웃거나 담담한 표정으로 얌전하게 앉거나, 졸업식이 따분한 듯 손에 든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학생까지 다양했다.
2학년 후배의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에 이어 졸업가를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은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졸업장을 받기 위해 교실로 향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있는 졸업생.
“감사합니다”,“그동안 수고했어”마지막으로 짤막하게 나누는 사제지간의 대화지만 그 속에는 아쉬움이 베여 있다.

“아쉽습니다. 이제 친구들과 친해질 만 했는데, 헤어지게 되어서...힘들었지만 정든 학교도 떠나야 하고요.”

“졸업식 뒤풀이가 있느냐”고 묻자, 한 졸업생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고, 다른 졸업생은 후배들이 준비하고 있단다.

“후배들이 나중에 하려고 준비를 하더라고요. 계란 던지고, 밀가루 뿌리는 정도입니다. 저도 2학년 때 직접 했는데... 마지막이고 해서 추억을 남기려고요”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학교를 빠져 나왔기 때문에 이 졸업생이 소원대로 뒤풀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 문화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학교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옷도 찢고 심하게 계란을 던지고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많이 줄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차분해 지는 것 같습니다”

신영수 교장의 말이다. 과도한 뒤풀이를 못하도록 학교 측이 막은 것도 영향을 준 듯 했다.

학교 한 곳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 일수도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졸업식 뒤풀이 문화는 우리지역을 보면 딴 세상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멋진 졸업식 뒤풀이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졸업식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한 학생이 졸업을 축하하며 졸업장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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