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밤에 넷플릭스에서 와인을 소재로 한 영화 <퍼펙트 페어링>이라는 영화를 봤다. 여 주인공 ‘룰라’가 오크통의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서 “소박한 산장에서 캐시미어 담요를 두르고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했다.

참 표현이 좋다고 느끼면서도 ‘왜 우리 술에는 이런 표현이 인색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달콤새콤 하다, 신맛이 난다, 떫다. 짜다 등등 입맛으로 느끼는 오감의 표현이 대부분인데 비해, 와인을 두고서는 코나 눈으로 즐기는 표현이 가득하다.

특히 향을 맡고 느낀 표현이 다양한데, ‘코끝의 언어’라는 냄새를 맡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신뇌(新腦) 보다 우리 몸에 저장된 어떤 기억을 일깨워 과거의 한 장면으로 이동 시키는 구뇌(舊腦)를 자극한다고 한다.

냄새는 언어나 논리 같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처리 능력을 관장하는 신뇌인 시상(視床)을 거치지 않고, 원시적인 구뇌의 기억 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해마로 직접 연결된다고 한다.

이렇듯 와인은 향으로 느끼며 다양한 표현으로 술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비해, 우리네 전통주는 입맛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술인 줄 알았는데, 일제강점기 이전의 조선시대의 술에는 다양한 향을 가진 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독특한 밑술 기법으로 과일 향이 나게 하거나, 자연의 향인 ‘꽃’을 이용한 가향주(加香酒)가 수두룩하다. 진달래 꽃을 활용한 두견주(杜鵑酒), 복숭아 꽃의 도화주(桃花酒), 연꽃의 연화주(蓮花酒), 감국의 국화주(菊花酒), 솔순의 송화주(松花酒) 등등 다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그런데 우리는 값싼 양조장 술에 길들어 세계인들에게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꽃 향과 과일 향이 깃든 우리의 전통주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

이제 ‘막걸리는 고급화’로, ‘와인은 대중화’로 가는 길목에서 ‘코끝의 언어’인 향기를 간직한 조선의 술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한다. 또, 그 날갯짓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이 멀지 않았다. 물 많이 드시고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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