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헌트

영화 헌트(사진=영화홍보물)
영화 헌트(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헌트>는 힘이 많이 들어간 영화다. 독재와 폭압, 인권유린이 밥 먹듯 자행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권력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었던 두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 이른바 숨 쉴 포인트는 완전히 제거하고 마치 백지에 큰 획을 긋듯 이야기와 장르를 완성한다.

격동하는 1980년대 한국현대사를 끌어안고 격발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첫 연출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대하다.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는 <오징어게임>과는 달리 <헌트>는 공들인 만큼의 보상이 뒤따른 느낌이다. 이정재, 제대로 터졌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지 못하면 스파이로 몰리게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서로를 향한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채로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역사 속으로의 적극적인 개입은 없다.

사실 80년대라는 시대가 가진 특성이 웬만한 서스펜스 스릴러를 뺨치는 서사를 품고 있기에 굳이 실제냐 허구냐를 나눌 필요는 없겠다. 다만 시대적 상황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없으니 전사를 조금 훑고 관람하는 것이 인물이나 사건의 이해에 좋을 수는 있다. 

영화는 첩보, 액션, 서스펜스 이 모든 장르에 충실하다. 눈치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쭉 나아간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조우한 이정재, 정우성의 연기 앙상블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두 배우의 전사가 겹치면서 조금 뭉클해지기도 한다. 오랜 팬이라면 그렇겠다.

특히 총기 액션은 <헌트>의 백미다. 현실적이면서 화려한 총싸움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원작 시나리오의 성공적인 변주, 박진감 넘치는 액션, 탄탄한 연출까지 <헌트>는 장점이 무척 많은 영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이정재라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차기작 계획은 없다고 밝혔는데 정작 차기작을 기다리는 영화팬들은 많아졌음이 분명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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