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⓹ 교육 분야 Ⅱ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온라인가나다> 창을 열면 우리말 어문 규범, 어법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글 중 “공문서에서 많이 사용하는 ‘협조 요청하오니’에서 ‘하오니’가 올바른 표기인지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눈길을 끈다. 이번 기획 보도 중 교육 분야의 두 번째 공문서 <은하수 가족 등하굣길 교통안전 수칙 안내>를 살피던 중국 출신의 이영영 씨가, “‘등하굣길 교통안전 수칙과 관련하여 안내드리오니’란 표현에서 ‘안내드리오니’란 말은 사극 드라마 대사 같다”라며 의아해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의문이다.

선어말 어미 ‘-오-’는 표현에 공손함을 더하고자 할 때 쓰는데, 국립국어원이 답변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예스러운 표현’으로, ‘선택해 쓸 수 있는 문법 요소’이다. 따라서 ‘-오-’는 요즘 입말에는 거의 쓰지 않고 공문서에 쓰인 경우에도 과도하게 예를 갖추다 오히려 낯선 문장을 만든다. 위 문장에서 ‘…관련하여’란 말 역시 의미 전달에 불필요한데, 이를 모두 다듬어 다시 쓰면, ‘등하굣길 교통안전 수칙을 알려드리니…’라고 하면 어색하지 않고 편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려 어렵게 쓴 표현이 몇몇 더 발견된다. ‘교통안전 지도에 가정에서도 각별히 유념하여 주십시오’란 문장에서 ‘유념하다’는 ‘잊거나 소홀히 하지 않도록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여 생각하다’란 뜻의 한자어다. 이 한자어를 풀이해도 문장의 뜻을 한눈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교통안전 지도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생각하라’는 정보가 이 안내에서는 어리둥절한 대목이 될 뿐이다. 이를 ‘가정에서도 교통안전 지도를 잘해 주십시오’라고 쓰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학교 주차장 출입구 앞에서 불법 좌회전을 금지하여 주십시오’란 표현에서도 ‘…금지하여 주십시오’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말 치곤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다. ‘…학교 주차장 출입구 앞에서 불법 좌회전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다듬는 것이 간결하고 명확하다. 또한 ‘차량은 운행 속도를 30km/h 이내로 제한하여 서행하여야 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서행하다’는 ‘천천히 가다’로 바꾸어 쓰고, ‘제한하여’라는 말은 ‘…이내로’란 표현이 있으므로 지워도 좋다. 이 문장에 붙은 고약한 의전을 줄이고 다시 쓰면 ‘차량은 운행속도 30km/h 이내로 천천히 가야 합니다’로 고칠 수 있다. ‘등교 시각 준수 안내’란 표현에서도 ‘준수’는 ‘꼭 지키다’라고 이해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등교 시각 안내’라고만 해도 너끈하다. ‘아동들의 자가용 통학’이란 표현은 ‘아동들의’를 빼고 ‘자가용을 이용한 통학’이라고 표현하면 뜻이 분명하다. ‘아동들의 자가용 통학’이란 말에서 “애들이 운전을 해서 학교에 간다는 줄 알고 놀랐다”라고 말하는 스리랑카인 수랑가 씨의 이야기도 곱씹을 필요가 있겠다.

문장부호를 잘못 사용해 의미가 또렷하지 않은 표현도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미리 서행.정차하며…’라는 말은 ‘속도를 줄여서 잠시 세워야 한다’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데, 가운뎃점(·)을 써야 할 자리에 마침표(.)가 잘못 쓰여 있다. 이를 ‘…미리 서행‧정차하며…’로 고쳐 쓰면 비교적 이해하기 쉽지만, ‘미리 속도를 줄여서 잠시 멈춰야 하며’로 쓰면 훨씬 또렷하게 전달된다. 이렇듯 지나치게 격식을 갖추거나 말을 늘여 쓰는 것은 국민과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낫다.

교육 분야 두 번째 연구에서 들여다본 ‘은하수 가족 등하굣길 교통안전 수칙 안내’.
교육 분야 두 번째 연구에서 들여다본 ‘은하수 가족 등하굣길 교통안전 수칙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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