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영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15년간 ‘삼천포-진주’를 오가다
지치는 순간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또 다른 활동으로 힘 얻어

※ '사천여성회가 만난 사천·사천사람' 코너는 사천여성회 글쓰기 모임에서 채우는 글 공간입니다. 사천의 여러 동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탁영진 (사천시 벌리동 주민·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씨는 15년간 삼천포와 진주를 오가며 환경운동을 해 온 베테랑 활동가다. 출산을 앞둔 그녀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 건강을 빈다.(사진=사천여성회)
탁영진 (사천시 벌리동 주민·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씨는 15년간 삼천포와 진주를 오가며 환경운동을 해 온 베테랑 활동가다. 출산을 앞둔 그녀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 건강을 빈다.(사진=사천여성회)

[뉴스사천=김미애 시민기자] 지역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로 일하면서 마음 맞는 활동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사천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한 지도 2년, 매일 지역 현안들과 대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나도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할 사람이 있다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때 벌리동에 사는 탁영진 씨를 만났다.

그녀는 환경운동 15년 차의 베테랑 활동가로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활동가로서 오랜 경험을 지닌 그녀 덕분에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었고,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해내고 있다. 삼천포구항 도시재생주민 공모사업에 ‘사부작사부작’이란 재봉 모임 이름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며 구상한 다양한 사업이 선정된 것도 그녀가 함께여서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환경운동의 선배 활동가이자 재봉 모임의 동료 회원인 그녀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9월이면 엄마가 될 아름다운 그녀 탁영진을 만나봤다.

도내 환경단체들과 함께한 ‘지리산을 그대로’ 캠페인 현장.(사진=사천여성회)
도내 환경단체들과 함께한 ‘지리산을 그대로’ 캠페인 현장.(사진=사천여성회)

어떤 계기로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게 되었습니까? 
=어릴 때 교사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공부가 쉽지 않아 힘들고 지쳐 있던 중 선배의 권유로 진주환경운동연합에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한 3달 정도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었는데 점점 일이 재밌고, 보람도 있어 하다 보니 15년째 일하고 있네요. 

15년 환경 운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제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전거 관련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평소 자전거를 잘 타는지라 회원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타는 법을 가르치고 여행도 하게 되었죠. 그분들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대부분 40~50대 회원들이라 엄청난 해방감을 느끼며 즐거워하셨어요.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들었지만,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이끌며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이후 제가 결혼을 해서 살아보니 그때 그 주부 회원들이 얼마나 큰 결심을 하고 여행을 왔으며, 지치고 힘들어도 내내 즐거워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활동 기간이 길었던 만큼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주로 회원의 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단체의 특성상 환경 현안에 대응하는 일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고 저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개발행위는 그대로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나 좌절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죠. 많은 환경 활동가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유입니다. 저 또한 여러 번 그런 좌절을 겪었고요. 

 

도내 환경단체들과 함께한 ‘지리산을 그대로’ 캠페인 현장(사진=사천여성회).
도내 환경단체들과 함께한 ‘지리산을 그대로’ 캠페인 현장(사진=사천여성회).

그럴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다행히 그런 스트레스를 회원들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해소하곤 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위안을 받기도 했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사부작사부작’은 어떤 모임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사천시 도시 재생 센터’에서 진행하는 주민공모사업으로 재봉 모임 회원들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 보고 싶어 계획하게 되었어요. 재봉을 매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또 도시 재생 사업 구간인 등대길101 카페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9월 초까지 재봉 모임 5회, 이야기 모임 3회. 전시 및 공연 1회를 할 계획이고 현재까지 3분의 1정도 진행됐어요. 같이 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아 저도 덩달아 힘이 나고 재밌습니다.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사부작 사부작’ 활동 모습.(사진=사천여성회)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사부작 사부작’ 활동 모습.(사진=사천여성회)

최근에는 사천에서 활동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은데요?
=제가 벌리동에 살고 있지만 지난 15년 동안 사천에서 진주로 출퇴근하면서 진주에서만 활동을 했어요. 요즘은 지금 제가 사는 지역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늘 관심을 두고 챙겨보려 하고요. 삼천포에서 저의 역할이 생긴다면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9월 중순에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에요.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얻은 아이라 ‘건강하게 꼭 만나자’라는 뜻으로 남편이 ‘필봉’이라는 태명을 지었습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삼천포에서 진주로 출퇴근하는 것이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8월까지는 일을 하려고 해요.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기를 빌어주세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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