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질문이란 무엇을 하려는 몸부림인가? 한글학회가 지은 <우리말 큰사전>은 질문을 “물음”이라 적고 있습니다. 다시 물음을 찾으니 “묻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풀이해 놓았습니다. 허전함을 달래려 다른 사전을 뒤적이니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 알고 싶은 것 따위를 물음 또는 물어서 대답을 구함”이라고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질문이란 내가 가진 무지를 해소하기 위해 혹은 확실치 않은 정보나 지식을 명쾌하게 정리하기 위해 드러내는 능동적인 행위라 하겠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한 느낌이나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연쇄적인 궁금증을 씻으려는 내면적 몸부림의 표출인 셈입니다.

질문은 인간이 안고 있는 고뇌와 탐구 정신이 올곧게 또는 엇질(어긋나는 행동)로 나아가도록 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시인 정현종은 질문에 관한 이 같은 나의 견해를 갈아엎습니다. “질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르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며, 홀연히 ‘처음’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고, ‘끝없는 시작’ 속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시적 질문은 생각과 느낌의 싹이 트는 순간으로 타성/습관/확정 속에 굳어 있던 사물이 다시 모태의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나는 ‘모르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란 구절 앞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에게 깊은 여운을 던집니다. 인간들의 온갖 지식과 지혜, 그러한 행위들을 아우르는 삶의 모든 영역이 어쩌면 서툴고 오류투성이이며 불완전한 걸음걸이에 불과하다는 화두처럼 들렸습니다. 그렇더라도 삶의 세계에서 질문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며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The Book of Question>은 흥미롭고 곱씹어 음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의 제목은 숫자 「1」부터 「74」까지며 모두 74편의 시를 수록했습니다. 시편마다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여섯 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적 질문 속에는 문명, 죽음, 종교, 문학, 자연, 학자, 전쟁, 음악, 동물, 지구, 명상, 국가, 사랑, 신화, 가난, 나, 철학, 여행, 시인, 작가, 인물, 식물, 고독, 슬픔, 행성, 탄생, 음절, 고통, 화산, 계절 등 소우주에서 범우주적인 영역에 이르도록 다양하고 폭넓은 소재가 담겨 있습니다.
시 「62」 전문입니다. 
“죽음의 통로를 끝까지 / 간다는 건 뭘 뜻하나? // 소금 사막에서 / 꽃을 피울 수 있을까?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바다에서 / 입고 죽을 옷은 있을까? // 뼈들도 사라져버리면 / 마지막 먼지 속에는 누가 사나?”

‘생각하는 힘’은 인간이 만물을 지배하는 우월 유전자의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생각하는 힘은 인간 스스로를 고뇌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도록 묶는 족쇄이기도 합니다. 족쇄의 으뜸은 단연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부자유不自由’입니다. 앞의 시 넷째 연을 다시 웅얼거립니다. 삶에서 앞둔 죽음을 괴로워하고 죽음에서 삶을 염려하는 저 번뇌를 인간이라면 누구인들 떨치고 싶지 않을까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