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 ④ 교육 분야 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공공언어를 개선하면 연간 3,375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난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이 결과는 공공언어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사)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 김미형)가 내놓은 연구 결과다. 민원 서식 등 공문서에 쓰인 어려운 말이 쉬워졌을 때 시간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와 정확한 정보, 정보 습득 차이 발생 방지 등 비시장적 가치를 화폐로 따져 추산한 것인데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이 연구는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의 심리적 스트레스 지수도 조사했다. 이 결과에서 ‘답답하고 불편함’, ‘무시하는 기분’, ‘위축됨’, ‘당혹스러움’ 등이 높은 지수의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본지의 ‘쉬운 우리말 쓰기’ 연구에서 들여다본 교육 분야의 두 가지 안내문 역시, 위 결과에서 드러난 ‘위축됨’과 ‘당혹스러움’을 보여주는 부분이 여럿 있다.

교육 분야 연구에서 첫 번째로 들여다 본 ‘급식지원 신청안내서’.

‘관할 동 아동급식 담당이 직권조사 할 예정입니다’란 문장을 보면 마치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에게 벌을 주려는 어감이다. 그러나 실은 이 문장은 한 초등학교의 ‘여름방학 중 급식지원 신청 안내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중국에서 온 이영영 씨는 “꼭 필요한 말이라도 듣는 사람이 갖는 어감을 배려하면 좋겠다”며 “‘직권조사’라는 표현은 읽는 사람에게 위축감과 공포를 준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위압감을 덜어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이를 ‘관할 동 아동 급식 담당이 직접 조사할 예정입니다’라고 고쳐 쓰면 훨씬 부드럽다. 더 꼬집어보자면, 사실 이 부분에서 담당자의 권한이라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담당자가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는 일반 국민과 관련이 없으므로 ‘아동 급식 담당이 조사할 예정입니다’라고 하면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결식우려가 있는 아동’이란 말에서 ‘결식우려’나 ‘…구금시설에 수용되는 등의…’ 표현에서 ‘구금시설’이란 단어도 모호하고 차갑다. ‘결식우려’는 법률 용어이므로 다른 단어로 바꾸기 어렵다면 괄호를 이용해 ‘스스로 밥을 차려 먹기 어려운 아동’, ‘구금시설’은 ‘교도소, 정신병원’ 등 예시를 함께 써 주면 명확하고 따듯한 안내가 된다.

교육 분야 연구에서 두 번째로 살펴 본 '경상국립대학교 학생 홍보대사 선발 공고' 안내문.
교육 분야 연구에서 두 번째로 살펴 본 '경상국립대학교 학생 홍보대사 선발 공고' 안내문.

다음으로 살펴본 ‘경상국립대학교 학생 홍보대사 선발 공고’에서도 단어의 뜻은 내용에 딱 들어맞지만 불친절한 어감의 표현들이 눈에 띈다. ‘응시자가 제출한 서류의 허위 기재, 누락 및 연락두절 등…’이란 문장은 여기에 쓰인 모든 단어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이를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 거짓이 있거나, 필요한 내용이 빠지거나, 연락이 되지 않거나 하면’이라고 풀어 쓰면 이해하기 쉽다.

또한 ‘지원자 중 적격자가 없을 시 재공고’란 표현에서 ‘적격자’는 ‘적절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생 모집 안내에서 필수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이 시간 비용을 아끼려면 ‘지원자 중 적절한 사람이 없을 때에는 다시 공고함’이라고 쓰면 더 낫다. ‘…교육 이수자 우선 선발’이란 말도 ‘…교육을 마친 사람을 먼저 뽑음’이라고 바꾸어 보면 한자어가 주는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이렇듯, 따듯한 말 한마디가 공공언어를 가성비 좋은 ‘쉬운 우리말 맛집’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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