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경비행기 1호 설계자 흉상제막식

국내 첫 경비행기를 설계한 이원복씨(오른쪽)와 시험 비행을 맡았던 조종사 민영락씨.
개막식과 전야축제를 끝내고 오늘(23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가는 사천항공우주엑스포. 그 문을 연 것은 국내 최초의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를 설계한 이원복(82)씨의 흉상 제막식이었다.

이 제막식에는 설계자 이씨와 함께 첫 시험비행 역할을 맡았던 조종사 민영락(81, 당시 소령)씨가 나란히 참석했다. 또 김수영 사천시장과 김홍경 KAI사장, 박재구 공군제3훈련비행단장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부활호 설계자 이원복씨는 한국전쟁이 막바지이던 1953년에 급하게 경비행기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쟁 중에 미군전투기를 수리할 일이 많았는데 그걸 모두 일본에 가져가서 했거든. 이런 상황인 걸 알고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아, 이러다간 일본에 뒤처지겠다’ 싶었나봐. 그래서 부랴부랴 4개월만에 만든 게 ‘부활’호야.”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최초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는 사천비행장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1953년10월에 첫 시험비행에 나서 2시간 넘게 사천의 하늘을 날았다.

이를 기념해 KAI에서는 부활호를 그대로 본 떤 복제품을 만들어 항공박물관에 전시해 왔으며, 이날 그 비행기 앞에 설계자 이씨의 흉상을 세우게 된 것이다.

부활호 모형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는 이씨.

새롭게 부활하는 부활호

국산1호 항공기 부활호의 운명은 기구했다.

개발 이후 1955년까지 공군에서 연락기와 연습기로 활용되다 대구에 있던 한국항공대학에 기증되어 1960년대까지 학생들이 연습기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항공대학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경상공업고등학교가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지하창고에서 잠자게 되었다는 것.

설계자 이씨는 이후 부활호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3년 말에 제보가 들어왔다. 라이트형제가 최초 비행한 날(12월17일)을 기념해 언론사에 글을 기고했는데 그 글을 보고 경상공고에 근무했던 관계자가 알려준 것이다.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부활호(모형).

앙상한 뼈대에 부활(復活)이란 글자만 남아 있던 부활호를 공군은 다시 한 번 ‘부활’시켰다. 이씨의 자문을 받아가며 부활호를 복원한 것이다. 그리고 2004년10월, 51년만에 활주로를 달렸다.(망가질까봐 차마 떠오르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부활호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을 되살리자’는 뜻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항공 기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근대문화재 제411호로 정식 등록됐다.

한편 사천시는 최근 ‘실제로 날 수 있는’ 부활호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부활호 2대를 제작한다. 그리고 1대는 건립예정인 항공우주과학관에 보관하고 나머지 1대는 2010년 사천항공우주엑스포 에어쇼에서 시험비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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