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시인, 시집 '나의 델포이' 출간
아픔 가진 사람들에 작은 공감과 위로 전해

김효숙 시인의 '나의 델포이' (천년의 시 0133) 표지
김효숙 시인의 '나의 델포이' (천년의 시 0133) 표지

[뉴스사천=정인순 인턴기자] ‘(전략) 힘든 시절이 끝나긴 할 건가?/ 나는 속엣말을 꺼내 땅바닥에 끄적인다/ 나무 기둥에다 돌멩이로 ’너 자신을 알라‘고 써 본다/ 운동장은 신전이 될 수 없고 / 신전에 신이 살지 않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는/ 벤치에 앉아/ 이제 기다려야 할 것은 오직 죽음이라고 되뇌어 본다/ 엊그제 들른 성당에서도/ 하느님은 몇 개월째 출타 중이셨다’ -김효숙 시인의 <나의 델포이> 중에서

사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효숙 시인이 시집 <나의 델포이>(천년의 시 0133)를 출간했다.

김효숙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죽음과 소멸을 돌아보고, 삶의 깊이를 사유하는 여러 시편을 소개하고 있다. 김효숙 시인의 시는 겉으로는 죽음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통찰하고자 한다. 시인은 죽음을 무심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심오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김효숙 시인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무척 힘들었다. 터널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어둠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이번 시집이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집 해설을 쓴 김남호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섣부른 통찰로 보편적 진리를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아픔에 주의하면서 그것들이 바꾸어 놓은 사소한 변화에 집중한다”며 “폐허의 신전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신이 부재한 시대의 불안과 우울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담담함이 느껴진다. 시는 신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의 두려움을 견디려하는 시인의 결기를, 말에 힘을 뺀 채 슬며시 지나가는 투로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김효숙 시인은 2014년 『시와사람』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는 지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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