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올해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복효근 시인이 선정되었다. 수상시집은 『예를 들어 무당거미』이다.

박재삼문학상은 당해년 전 해에 나온 시집 중 예심과 본심을 거쳐 박재삼의 문학 정신 및 한국문학의 계승 발전에 가장 잘 이바지한 시집을 낸 시인에게 주는 상이다. 수상식은 이번 달 22일 오후 3시에 박재삼문학관 다목적실에서 열린다. 올해 예심은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남호, 여태천, 박소란 씨가 맡았다. 예심에서는 모두 34권의 시집이 추천되어 그 중 열 권이 선정되어 본심에 올랐다. 본심 심사는 잘 알려진 시인인 이재무, 공광규 두 분이 맡았는데, 그 결과 복효근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본심 심사평 중 특히 음미해볼 만한 부분들을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상을 수상한 복효근 시인은 박재삼 시인의 이러한 시적 방법론을 창조적으로 승계한 시인이다. 즉 박재삼 시인이 이룩한 서정의 전통성을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모범으로 삼아 새 것을 창조함)의 자세로 내화시켜온 시인으로서 재래 문법에 안주한 고답적 서정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창조적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 이재무 시인

“복효근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친자연적이고 향토적 소재 형상화다. 박재삼 시의 특징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면 친 자연 소재, 향토적 서정, 서러움과 눈물, 슬픔과 한, 구어적 진술과 어구의 반복일 것이다. 박재삼 시의 이런 특징을 복효근은 일부 섭취와 기피, 극복을 통해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었다.” - 공광규 시인

위 심사평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복효근 시인의 시가 박재삼 시인이 드러내고자 했던 ‘전통적 서정’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복효근 시인의 시 한 편을 감상해 보고자 한다. 문학상 수상식에서 배부할 『수상작품집』에 실릴 작품이다. 참고로 22일의 수상식에 오지 못해 이 책을 못 받은 분은 그 뒤에라도 문학관을 방문하여 요청하면 아마도 받아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소개할 시는 원래 복효근 시집 『버마재비 사랑』에 실린 시 「겨울 숲」 전문이다.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이 시 속의 나는 물론 나무가 아니다. 다만 나무 곁에 서서 나무의 미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얽어져 ‘숲’을 이루어 시련에 맞서듯이 ‘나’도 또 다른 ‘수많은 나’와 더불어 ‘숲’을 이루고자 한다. 이 ‘숲’이 시인이 기대하는 미래 사회일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것은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아닐까 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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