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낙태에 관한 논쟁은 최근 몇 년 새 미국의 몇 개 주에서 임신 중지 관련 규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을 없애고, 주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지 2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8일(현지 시간) 낙태권 확대와 여성의 사생활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가톨릭은 낙태를 중죄로 간주해 낙태를 선택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사람은 파문하도록 다스리고 있다. 가톨릭을 믿는 국가에서는 낙태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태아들의 생존권을 우선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낙태는 원론적으로 불법이었지만 ‘낙태죄’는 지난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2021년 1월 1일을 기한으로 폐지되었다. 미국의 25개 주에서 임신 6주에서 15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존권을 존중해 낙태를 금지하는 ‘심장박동법’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 들리지만, 우리나라는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모자보건법 관련 개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낙태에 대한 논쟁은 논외로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학교 현장과 가정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들은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 가장 많이 접하는 유튜브에서도 관련 검색어만 치면 수많은 음란물을 만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성을 오락으로 생각하는 등의 잘못된 성 가치관에 물들 확률은 몹시 높다.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성에 대한 담론을 금기시(禁忌視)한 탓에 부모로부터 올바른 성 가치관을 배울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성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자녀에게 피임기구를 건네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낯설 게 들리는 게 우리의 정서 아닐까?

또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청소년들을 대하는 부모들의 태도에도 아쉬움이 있다. 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에서 고등학생인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귀다가 임신을 했지만, 부모의 낙태 강압에도 불구하고 태아를 보호하며 학업에 열중하겠다는 당찬 태도를 보여, 자식 키우는 한 사람으로 깊이 고민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있다. 교육과정 속에서도 청소년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성교육과 피임방법 등은 교육하고 있다. 예전처럼 성관계했다고, 임신했다고 처벌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 아들딸이 상처 없이, 상처가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청소년기는 ‘물가에 애를 앉혀 놓은 것 같은’ 그런 시기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부모와 자녀는 얼마나 될까?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다 보면 한적하고 으슥한 곳에서 청소년들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서로 민망할 수 있어 쳐다보는 것도 조심스럽기에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러나 명색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기에 아는 아이라면 부모께 알려드리곤 한다.
여름은 청춘의 계절이다. 계곡으로 바다로 이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놀러 가는 아이들이 많다. 이번 여름방학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좋은 경험을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학부모님들께 올바른 훈육과 관심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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