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보건소 코로나 대응팀의 2년 6개월을 돌아보다

※ '사천여성회가 만난 사천·사천사람' 코너는 사천여성회 글쓰기 모임에서 채우는 글 공간입니다. 사천의 여러 동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사천시보건소 코로나 대응팀의 직원들. 왼쪽부터 박진경, 정예지, 조소영, 강혜지 씨.
사천시보건소 코로나 대응팀의 직원들. 왼쪽부터 박진경, 정예지, 조소영, 강혜지 씨.

[뉴스사천=정미수 윤지원 시민기자]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지나 조금은 여유를 찾는 시점에서 지난 2년 6개월을 돌아봅니다. 어느 누가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중 첫 번째로 지극한 사명감으로 우리 곁을 지켜준 의료인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의료인 가운데는 사천시보건소의 코로나 대응팀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 어떻게 힘든 시간을 이겨냈는지 듣고,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만난 사람: 박진경·조소영·정예지·강혜지, 만난 날: 6월 21일, 만난 곳: 사천시보건소>

먼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그저 바빴다는 기억이 전부입니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찍을 땐 정말 힘들었죠. 그나마 지금은 한 자리로 떨어져서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도 있네요.

코로나 업무는 어떻게 나눠지나요?

=시민들이 알고 계시는 코로나 검체 채취 업무와 재택치료자 관리, 역학조사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방문 검사라는 것도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 분들 중에는 병원이나 보건소 방문이 어려우니 저희가 직접 집을 방문해 검체를 채취해 오는 겁니다.

코로나 대응팀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원래 감염병 대응팀이라고 있습니다만, 그 인원들로 부족해서 읍면동에 나가 있는 보건소 인력을 최대한 보충해 만들어졌죠. 인원은 25명이었는데, 5월에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복귀한 분을 제외한 10명의 인원으로 현재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무서우리만큼 확진자가 쏟아질 땐 보건소 전체가 코로나 업무를 봤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코로나 대응팀이 일하는 모습.
코로나 대응팀이 일하는 모습.

힘들 때가 참 많았겠네요.

=확진자가 증가할 땐 개인 생활이 없었습니다. 재택치료자 관리 등으로 새벽 한두 시에도 전화가 걸려오니 잠을 잘 수가 없었죠. 한번은 밤에 전화했는데 안 받았다면서 “내 죽고 나서 전화 받을래?”라는 말과 함께 심한 욕설도 들었어요. 밤에 걸려오는 전화도 다 받고 있음에도 말이죠. 너무 힘들어서 부서 이동을 요청했던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하루라도 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어렵게 하루 쉬게 됐는데, 그날 집에 있는 것이 너무 불안했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어요. 업무를 주고받는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끊임없이 알림 문자가 뜨고, 전화도 계속 울리고.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겠다 싶었지요. 물론 뿌듯한 순간도 있었어요. “주말인데도 고생이 많으시다”라는 말 한마디에 울컥했던 적도 있지요.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요양원 입원을 위해 검사하러 오신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아드님이 트럭으로 모셔 왔는데, 거동이 불가능해 우리가 직접 트럭에 가서 검사해야 했어요. 검체를 채취하고 돌아서려는데, 아프게 한다고 화를 내시며 “가시나가 와 이라노 나를 죽일라 한다”라고 소리치셨습니다.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으면서 일해야 하나’라며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아드님이 뒤따라와서는 “미안합니다. 아버님이 치매가 있어 그러니 널리 이해해 주세요”라고 하면서 트럭에 있던 음료 한 박스를 건네주셨습니다. 그 순간 조금 전 한숨 섞인 내 푸념이 엄청 창피했지요.

코로나 업무를 맡은 뒤로 달라진 생각이나 습관이 있나요?

=모임에 가서는 ‘이 중에 몇 명이 확진자였을까?’, 식당에 가면 ‘우리 선별소에 와서 검사 받은 사람은 몇 명일까?’ 하고 확진자 수를 가늠하는 버릇이 생겼죠. 또, 가족들이 아픈 것에는 관대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있으면 낫는다, 괜찮아질 거야!’라며 쉽게 여기는 면도 있어요.

코로나 대응팀은 언제까지 유지되나요? 

=확진자 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안전 단계가 아닙니다. 새 확진자 수가 0명이 되고, 그 상황이 쭉 이어질 때까지 가겠죠. 그 뒤에도 감염병 대응팀으로서 법정 감염병에 감염된 환자 관리와 모니터링을 평소에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원숭이 두창 감염도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칠 때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고충들을 들으며 사이 사이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 까닭입니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져, 모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사천시보건소 코로나19 비상방역대책본부.
사천시보건소 코로나19 비상방역대책본부.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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