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헤어질 결심

 

사진=영화홍보물
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흔히 대가 혹은 명감독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영화를 대할 때 그 결과물을 마주하기도 전에 드는 선입견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박찬욱이라는 이름도 그렇다. 그의 영화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 특정한 미장센까지 온갖 관념과 이미지가 자연스레 머릿속을 떠돌아다닌다. <헤어질 결심>은 이 모든 선입견과 혼란과 기대를 오롯이 끌어안으며 박찬욱이라는 대지 위에서 만개했다.

<헤어질 결심>의 서사는 단순하다. 누군가가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수사하는 형사가 있으며 그리고 용의자가 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덤덤히 이야기하는 용의자 서래(탕웨이)와 그녀에 대한 의심이 커질수록 관심도 깊어지는 형사 해준(박해일)의 ‘헤어질 결심’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게 뻔한 서사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감독의 일이다. 

박찬욱은 여전히 노련한 솜씨로 배우들의 연기를 조율하고 미장센을 구축한다. 두 사람의 시간을 지속시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둘러싼 그 흔한 정념이나 열정도 아닌 진심에 대한 의심이다. 의심은 치밀하고 집요하게 감정을 옥죄며 사랑의 밀도를 높여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숨이 턱 막힌다. 시종일관 흔들고 휘몰아치다 마침내 박찬욱이라는 예술가의 만개를 목도하게 된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자욱한 안개는 두 사람의 내밀한 감정과 더불어 관객의 시선마저 미혹시킨다. 이 안개는 ‘마침내’ 화인처럼 깊이 새겨져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엔딩 시퀀스가 되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터벅터벅 위를 향해 나아가는 한 예술가의 현재 정점이 바로 <헤어질 결심>이다. 무엇보다 만개한 박찬욱 영화예술의 바다 옆에서 또다시 새롭게 펼쳐질 매혹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는 점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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