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더운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올해의 더위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벌써 열대야며 폭염특보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더위는 해마다 있었다. 얼음도 구경하기 힘든 여름도 있었고, 선풍기도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에어컨 아래에서 더운 음식을 먹으며, 옛날에는 여름날에 이런 음식을 어찌 먹었을꼬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여름처럼 이 지독한 더위도 두어 달 지나면 사라지리라는 당연한 기대 속에서 살면 좋겠다.

실상 따져보면 7월은 만물이 성숙하는 좋은 때다. 이 계절의 공으로 우리는 먹을 것을 얻는다. 들판의 경치도 좋다. 이 7월의 정취를 잘 드러낸 시로는 아무래도 이육사 시인의 시 「靑葡萄(청포도)」를 첫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다 알다시피 육사는 독립운동과 관련하여 생애 17번의 투옥을 겪은 독립지사다. 의열단 활동 등을 했다고 전해지며 1944년 북경감옥에서 옥사하였다. 본명은 원록 또는 원삼이었는데, 육사라는 아호는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의 수인번호인 ‘二六四(이육사)’에서 기인해 스스로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시 「靑葡萄(청포도)」는 순수하게 고향의 정경과 그 정서를 그린 시로 감상해도 좋겠고, 꼭 찾아올 광복 후 평화로운 조국의 모습을 그려 보임으로써 조국광복에의 희망을 구체화한 시로 읽어도 좋겠다. 이미 아시는 분이 많은 시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시기에 읽어 육사가 꿈꾸어 마지않았던 조국의 모습을 우리 마음 속에 새겨보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여기 전문을 옮겨 함께 감상해 보았으면 한다.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1연과 2연은 평화와 안정을 찾은 고향 마을을 그렸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린다는 말은 지난날을 되돌아볼 여유를 회복하게 되었음을 말하며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힌다는 것은 이제 희망 속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 말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3연과 4연은 이제 이 고향 마을로 돌아와 살게 될 사람을 그렸다.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었다는 말은 그가 오는 길이 막혀 있지 않다는 상황의 변화를 뜻한다. 흰 돛단배는 그 배에 탄 사람이 순결한 사람임을 말하고, 그 손님이 고달픈 몸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시련을 겪었다는 뜻일 터이다. 靑袍(청포)는 옛 벼슬아치들이 입었다는 푸른 도포이므로 이 말에서 외국에 망명해 있던 지조 있는 선비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5연과 6연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 돌아와 다시 만나는 조촐하나마 즐거운 시간을 상상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었던 사람들의 임기가 이 7월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사회의 제반 환경이 위 시 「청포도」의 배경이 되었던 일제강점기 시대와는 별천지를 맞았다고 할 정도로 좋다. 이 좋은 환경에서 무슨 좋은 일이든 이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임기를 막 시작한 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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