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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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 박금미 삼천포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6.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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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사천]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한은화 저 / 동아시아 / 2022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
한은화 저 / 동아시아 / 2022

[뉴스사천=박금미 삼천포도서관 사서] 우리 사회에서 집이라 할 때 떠오르는 주거 형태는 단연 아파트다. 그러나 아파트를 둘러싼 화두는 온통 가격뿐, 영끌해서 장만한 아파트값에 울고 웃는다. 성공한 삶이란 더 넓고 비싼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에 대한 욕구는 뜨겁다. 그렇다면 40평대 역세권 대단지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면 행복할까? 저자는 대다수가 따르는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한옥을 짓고 살며 느낀 집이라는 공간에 관한 담론을 제시한다.

마당 있는 집을 소원하던 40대 커플은 서울 한복판의 시골이라 불리는 서촌의 무너져가는 한옥을 구입한 후 집을 새로 짓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한옥 짓기는 처음 가보는 비포장도로처럼 고난의 행군이다. 맹지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여 부족한 예산, 비싼 설계단가와 시공사 선정의 어려움, 한옥 심의를 받기 위한 디자인의 한계, 이웃과의 갈등 등 숱한 우여곡절이 닥쳐온다. 하나를 겨우 넘으면 또 다른 벽에 부닥치는 험난한 날들의 연속. 주저앉을 뻔도 하지만 직접 조사 연구하고 발로 뛴다. 뚝심으로 집짓기를 감행한 결과, 드디어 그들의 취향을 담뿍 담은 초울트라 럭셔리 하우스를 완성한다. 

집의 이름은 ‘하하호호’. 밤이 되면 자동차 불빛조차 없는 조용한 동네에서 일찍 자고 일찍 깨어난다. 해의 위치로 시간을 가늠하고, 도심 한복판 마당에서 보는 달빛에 감동한다. 새벽 수산시장을 들르고 마당의 나무와 텃밭을 돌보며 집에서만큼은 느리게 그들만의 생태계를 가꾸어나간다. 기자답게 탄력적이고 속도감 있는 글솜씨는 소설 못지않은 재미를 주고, 치열한 경험으로 얻은 한옥 건축에 대한 생생한 정보는 꽤 유익하다. 

한옥살이를 낭만으로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제된 문화재와 같은 한옥보존정책을 비판한다. 한옥이 살림집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대 주거생활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의 선택지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 ‘하하호호’는 그들의 꿈을 지은 집이라서 소중하고 비교 대상이 없어서 좋은 집이라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쉽게 불안해지지 않고 삶의 지평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쉼표가 있는 공간으로써의 집, 비어있는 나를 채우고 삶을 바꾸는 공간으로써 집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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