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3월 대통령 선거에 이어 6월 지방선거도 끝났습니다. 눈을 현란하게 어지럽힌 현수막들 하나둘 걷히고 거리마다 골목마다 소음 공해를 일으켰던 선거 방송도 그쳤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특정 정당의 인물을 지지하는 색깔의 옷과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같은 색으로 끼고 율동하며 허리 굽혀 인사하고 소리치던 선거 운동원들도 사라졌습니다.

투표 마감 후 서너 시간에서 길게는 다음날 새벽까지 개표 작업이 이어져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이어 당선의 기쁨을 누리는 자와 낙선의 쓰라림을 겪는 자가 판가름 났습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의 시내 거리는 여느 때와 달리 오히려 한산합니다. 이런 식의 선거를 벌써 수십 차례 맞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탄생한 선거는 험하고 혼탁한 모습이었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당선 되고 보자는 위험한 발상이 여전히 단골 요인으로 한몫합니다.

새 정부 탄생 때마다 입사식처럼 재발하는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쟁 또한 갑갑함과 심각성을 주긴 마찬가집니다. 후보자들이 자행하는 명백한 위선과 명확한 범죄 행위는 신기하게도 똑같이 되풀이됩니다.

일례로 재산 증식이나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한 불법 의혹은 빼놓을 수 없는 차림표입니다. 의문과 부당함을 제기하면 정치 후보자들은 대부분 자기변명과 거짓 증언을 일삼습니다.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착오였다, 실수였다, 잘 몰랐다, 아는 바 없다 등의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자들이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차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인에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자성하며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는 일은 찾기가 힘듭니다. 꿀보다 더 달콤하고 향긋한 권력의 맛에 인간의 지각(知覺)이 검게 물들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입문하면서 그것은 족쇄가 되어 인간을 망가뜨립니다. 정치가 제공하는 ‘누리고 즐기고 휘두르는 맛’에 길들여져 국민의 여망을 저버립니다. 이런 병폐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길은 끊임없이 백성의 소리를 듣고 주위의 조언에 귀 기울이며 삶에 귀감을 주는 글을 섭렵하는 일입니다.

정치(政治)란 말은 ‘바르다, 물 흐르듯 다스리다’의 의미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바르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자 역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민심을 헤아리지 않는 자는 정치판에서 퇴출해야 할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었던 서민들의 일상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연일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 상승이 삶을 옥죕니다. 이렇듯 아우성치는 민심을 읽고 함께하는 정치, 타락하고 오염된 의식을 떨어내고 국가와 국민을 두려워하며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이 풍성해야 깨끗하고 신실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텃새로 자리잡지 않겠습니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