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저 / 더숲 / 201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저 / 더숲 / 2017

[뉴스사천=윤선혜 사천도서관장]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한번 지나간 곳을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삶과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51편의 산문이 실려있다. 여행길에서 겪은 에피소드, 저자 미상의 글들,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며 우리를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들’로 이끌어간다. 

상실과 실패와 재난은 누구의 삶에나 일어난다. 그러나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심화된다. 첫 번째 화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선의로 도와주었는데 돌아온 것이 배신일 경우에 억울함, 증오, 복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 일어난 사건 때문인지, 그것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 때문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두 번째 화살을 단호히 뽑아 버려야 한다.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이 ‘되새김’이다.

목소리의 크기는 가슴과 가슴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왜 여태 그런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가슴이 멀어지지 않게 소리치지 말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보자.

모든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의 내용이다.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가보다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가, 얼마나 많이 그 순간에 존재했는가가 그 여행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는 여행자이면서 동시에 여행 그 자체이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인생의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여러분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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