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람인 괵한베이씨가 앙카라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현판을 만들었다.(사진=월주 윤향숙)
터키 사람인 괵한베이씨가 앙카라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현판을 만들었다.(사진=월주 윤향숙)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선선하던 낮 기온이 탱글탱글 익어가는 여름 날씨가 되어가고 있다. 

몇 해 전 그를 만났다. 큰 키에 밝은 웃음을 가진 괵한베이라는 터키 사람이다. 터키에서 서예를 배우는 그는 자기 서예 스승의 소개로 나와 인연이 맺어졌다.

낯선 터키어로 서각 예술을 표현하자니 가르치는 시간은 더디고, 괵한베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잘 알려주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은 한 곳을 바라보면 통하는 법이다.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 묘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감성과 감정은 깊은 데서 표출하면 할수록 더욱더 공감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소나무의 솔향도 맡게 하고, 느티나무를 다듬을 때 나는 매운 향도 맡아보게 했다. 손으로 나무 질감도 느끼게 하니 평소 나무를 접해보지 않은 그가 한국 나무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무 질감에 따라 작품의 배면(바닥처리)은 달라지기도 하지만, 터키 그곳에서 쉽게 접하는 나무 수종으로 작품을 해야 하니 나무 성질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서예를 배우는 그에게는 종이의 질감과 나무의 질감이 달랐을 텐데, 자연이라는 소재와 붓이라는 공통된 것에서 흥미는 더했으리라.

가르침에 있어 너무 철저하면 스스로 깨달아야 할 부분을 놓치고 만다. 스스로 깨닫도록 여운을 남겨주어야 내면의 깊이를 더한다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다. 다행히 내 생각은 그의 생각과 통했다.

두 계절을 보내고 그가 터키로 떠났다. 터키로 돌아간 그는 한국에서 배운 서각을 잊지 않고 수시로 작품 사진을 보내오기도 하고 잘 통하지 않는 언어로 서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는 작품에 진정성을 더했다. 또 사람의 푸근함을 담으려 노력했다. 이번에는 앙카라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현판을 만들었다. 괵한베이,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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