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어부바

'어부바' 영화 포스터.
'어부바'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모든 영화 장르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럼에도 가족영화는 대체로 ‘불호’가 적은 편이다. <7번방의 선물>처럼 천만관객을 넘기기는 어려울지언정, 기본 수요층이 있고 케이블과 OTT 등의 파생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 어지간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그런데 그걸 못하는 망작도 분명히 있다.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를 내세운 <어부바>는 타이밍 맞춰 가족의 달이라고 부르는 5월에 도착하기는 했다. 코미디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는(혹은 있었던) 정준호,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더 낯익은 최대철, 아역배우 이엘빈은 더도 덜도 없이 모자람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변 인물설정도 좋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지역 배경도 좋다. 모든 것이 다 조화로운데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예상 가능한 전개라고 해서 재미를 감소시키지 않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으니 적당한 변주만 있으면 새롭지 않아도 새롭게 보인다. 우리는 이런 걸 ‘클리셰’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어부바>가 지루한 이유는 너무나 빤한 코드와 클리셰의 무한 반복 때문이다. 초반을 넘기기가 무섭게 슬슬 무료해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방이 있는 영화도 아니어서 하품이 절로 나온다. 춘삼월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 법인데, 봤던 걸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짜증내지 말고 참으라는 건 영화 보면서 도 닦으라는 소리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영화 자체에 공감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너무 ‘구식’이다. 빈티지를 힙한 레트로스타일로 소화하는 MZ 세대의 취향을 따라잡기에는 지나치게 무감각하며, 트렌드와는 일찌감치 담을 쌓은 세대에게도 옛 공간의 향수 외에는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가 없다. 명색이 가족영화인데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사실 빤한 소재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가족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했다면 그 어떤 장르보다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깊이, 오래 했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