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변변찮은 시를 좋게 봐 준 「더숨나무 기타교실」 송원상 원장의 배려로 모처럼 귀한 음악회에 초청받아 시낭송을 할 기회를 얻었다. 청명한 5월의 한가운데인 15일 오후 노산공원 남쪽 끝자락 101 카페 앞 야외무대였다. 

출연진들은 대체로 어린 학생들이 많았고,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도 있었는데, 평소 갈고닦은 솜씨를 선뵈는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띄엄띄엄 보였다. 기타학원 원생들이 많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모처럼 음악 잔치를 연 것이었다. 맨 처음 나오신 색스폰 주자는 「안동역에서」를 연주하였고, 이어 멜로디언 연주하는 동네 아저씨는 「소양강 처녀」를 구성지게 들려 주었다. 가요와 클래식과 동요까지 모든 음악이 한데 어울리는, 고급스럽다고 할 수 없을지는 모르나, 분명 즐겁고 유쾌한 음악회였다.

정해진 관람석이 없으니 관객들도 자유로웠다. 아이들은 음악에 열중하다가도 흥이 나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중간중간 어른들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이 화창한 봄날에 펼쳐진, 자연과 너무도 잘 어울린 무대였고 음악회였다. 음악으로 ‘평화’를 이룬 자리였다.

이 음악회의 주최자인 송 원장은 지나가는 말처럼 이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여는 자유로운 음악회를 4년을 벼른 끝에 비로소 열 수 있어 기쁘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 ‘숨나무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래도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하는 말에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의 학원 모토라는 세 가지 덕목, ‘감동·변화·성장’을 몸소 보이기 위해 기타 연주하는 원생 곁에서 걸터앉아 타악기 카혼을 열심히 반주하는 모습이 무척 다정하게 보였다. 

이 음악회의 제목이기도 하고, 그의 학원 이름이기도 한 ‘숨나무’는 아마도 숨쉬는 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숨을 쉬면서 숨을 내품어 사람을 살리는 나무, 모든 것을 희생하여 사람을 위해 내어주는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에 나오는 그 나무처럼. 아주 우연한 인연을 따라 아무 계산 없이 우리 이웃으로 다가온 송 원장과 그의 다정한 이웃들이 순조로이 ‘숨나무’의 꿈을 이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날 이 음악회에서 낭독한 졸시 「사랑을 키워본 일이 있는가」를 첨부한다. 이 음악회에 어울리는 시를 나름대로는 골라본 시라, 용기를 내어 전문을 보인다.

“얼음장 땅 밑에서도 시금치는 죽지 않고/ 미나리도 머지않아 솟아나리니/ 우리 슬픈 일도 시방/ 씨앗이 되어/ 혹시 무슨 새싹으로 날지 누가 알겠는가// 썩히고 썩힌 거름이/ 기름진 열매를 맺게 하듯이// 우리가 오래 품은 마음도/ 혹시 봄날 꽃으로 피어날지 모르는 일,// 봄이 오면 땅이 가려워 몸부림치는 듯/ 땅 밑에선 온갖 것이 솟아나리니// 우리가 겨우내 키운 미움이/ 그것이 거름 되어/ 봄날에 꽃으로 피어날 줄도 모르는 일,/ 봄이 오면 사랑으로 솟아날 줄 모르는 일”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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