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화포스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캐릭터 하나의 서사에 집중해서 팔아먹고, 캐릭터를 모아서 팔아먹는 디즈니-마블이 이번에는 호러를 선보였다.

MCU 세계관 가운데 최강 캐릭터이자 마블 페이즈4의 핵심 캐릭터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로 6년 만에 솔로 무비로 돌아왔는데, 무려 감독이 샘 레이미다. <스파이더맨 3부작>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스템까지 이해하면서, 더불어 B급 공포 영화의 문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검증된 연출자 아니던가. 

영화는 초강력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악몽을 꾸는 걸로 시작한다. 꿈에서 봤던 소녀를 현실에서 만나는데, 이 소녀는 멀티버스-다차원 세계로 이동하는 능력이 있다. 이처럼 꿈을 통해서 차원을 넘나들고, 각 차원에는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중에는 나쁜 닥터 스트레인지도 있으니, 그래서 부제가 ‘대혼돈의 멀티버스’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다차원의 세계를 끌어들였으니 생각만 해도 정신 사납고 어지럽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샘 레이미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를 절묘하게 살렸다. B급 정서의 유머와 호러블 이미지를 뒤섞어 차원을 시각화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관객동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이렇게나 강렬한 공포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물론 그의 연출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클리셰의 향연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영화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완다비전>을 챙겨봐야만 주요 캐릭터의 폭주를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인데, 다시 말하면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디즈니+’에 가입하라는 소리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강요 같은 느낌도 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OTT가 대충 세어봐도 10개가 넘는데 이러다가 TV수신료 때문에 휘청거릴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두 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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