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럭비국가대표팀을 가리켜 ‘스프링복스’라 이릅니다. 이는 백인정권의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차별 받고 억압당하는 흑인 입장에서는 격멸의 대상인 셈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펼치다가 투옥되어 27년의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그가 석방되는 날, 허름한 축구공 하나를 두고 떼 지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흑인 아이들과 길 건너편 가지런한 잔디 위에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럭비를 하는 백인들 사이에는 희비가 엇갈리며 묘한 긴장과 갈등의 기류가 흐릅니다.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만델라는 세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면서 흑인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습니다. 백인들에 대한 혐오심과 적대감으로 가득찼던 흑인들은 당장 그들로부터 당한 탄압과 부당한 천대를 되갚는 일부터 착수하려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만델라는 백인들의 우려와 흑인들의 요구를 소신 있는 결단력으로 헤쳐 나갑니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동해보복이라는 비극의 악순환을 끊고 진정 ‘하나의 팀, 하나의 국가’(one team one country)가 되는 길로 나아갑니다. “용서는 영혼을 해방시키고 공포를 없애 주지.”,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그가 포괄적 수용론을 택한 데에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깊고 진솔한 애정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의 지혜와 추진력은 수감생활에서 겪은 숙명적 아이러니를 극복하는 믿음에서 비롯했습니다. 만델라는 창살에 갇혔으면서도 시(詩)를 즐겨 읽었습니다. 시는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의 삶에 불굴의 용기를 심어 주었습니다. 불가능한 꿈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갖게 했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배우고 익힌 ‘포기하지 않는 법, 굴복하지 않는 정신, 정복당하지 않는 의지’는 마침내 대통령이 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스프링복스’는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연패를 하면서 오합지졸이란 비난을 면치 못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화합, 인권 회복을 꾀하려는 만델라는 럭비팀 주장 프랑소와를 초청해 힘들고 고달팠던 자신의 삶을 보여줍니다. 감옥에서 겪은 고통과 역경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민족 분열의 심각성을 내재한 범국민적 과제임을 느끼게 합니다. 프랑소와로 하여금 어떤 고도의 난제라도 강한 의지와 인내심을 잃지 않는다면 이 또한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만델라는 자신에게 긍정의 힘을 주고, 자신의 인생 고난을 버티게 해 준 시 한 편을 프랑소와에게 건넵니다. 만델라의 내면의식을 전해 들은 ‘스프링복스’ 선수들은 좌절과 탄식의 허방에서 벗어나 자극을 받고 용기를 얻습니다. 의기투합한 그들은 마침내 월드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일궈 냅니다. 흑백인종을 뛰어넘어 온 국민이 서로 얼싸안고 환희하는 감동의 순간을 연출합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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