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니 부모얼굴이 보고싶다' 영화포스터
'니 부모얼굴이 보고싶다'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 대도시 변두리의 속칭 똥통 중학교 3년간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용돈 뺏기기 싫어서 팬티에 주머니를 달아서 숨기고, 예쁜 새 옷 또한 뺏길 것이 두려워 학교에 입고 가질 못했다. 하지만 학교는 통제하기는커녕 눈을 감고 있었다. 심지어 급우의 선행을 빼앗은 가해자에게 표창까지 수여했다. 그래서 졸업식은 지옥에서의 해방이었다.

십여 년이 지나고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처참했던 폭력의 기억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그들은 마치 엄혹했던 그 시절을 행복한 추억처럼 되새기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잘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도 피해자는 각인된 폭력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치고, 비굴하게 버텨야 했던 자신이 싫어서 스스로 파괴할 뿐이다.

학교폭력은 그치질 않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같이 강압으로 철권통치를 하던 치들도 있었고, <말죽거리 잔혹사>의 ‘학교-선도부-학생’처럼 폭력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시스템적 폭력이 힘을 잃게 되니 ‘왕따’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계급을 만들어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일부가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아니라 나 또는 가족 누군가가 통과의례처럼 겪어야만 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학교폭력에 관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단순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눠서 고발 또는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소년이 급우 네 명의 이름을 남긴 채 호숫가에서 의식불명으로 발견되자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부모들은 그들이 가진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서 자식을 보호하려 사건을 왜곡 은폐하는,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조망하는 영화다.

학교폭력은 학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영화는 강변한다. 무책임하게 방기하고 외면하는 순간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양심에 호소하고 있다. 영화의 만듦새는 둘째치고 목소리 높여 외친 주제만큼은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 학부모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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