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N'과 함께] 아무튼 청년 : 박세일 씨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 대표

[뉴스사천] 사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둥지가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이다. 2019년에 설립된 이 단체의 대표(2기)는 청년 박세일(28) 씨다. 20명 남짓의 회원 가운데 가장 젊은 그가 어찌 대표를 맡게 됐을까. 그를 만나 사회혁신가가 하는 일,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남과 사천의 관광 발전이 꿈이라고 말하는 박세일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 대표.
경남과 사천의 관광 발전이 꿈이라고 말하는 박세일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 대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삶을 살아보자

박세일 대표는 대학에서 관광학을 공부했다. 졸업 뒤엔 체험마을에서 일했다. 이후 새로운 경험을 쌓고자 사회적경제, 찾아가는 지역 관광개발 전문가 과정, 농어촌 관광 해설과 농어촌 마을 해설의 이해, 부울경 그린뉴딜이노베이터 등 공공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관심을 뒀다. 이러한 경험과 관심은 ‘농어촌 관광’이라는 큰 줄기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배움의 기회를 이어가던 차에 우연히 만난 것이 ‘사회혁신 활동가 대학’이다. 이는 경남도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어울리는 활동가를 길러내는 목적이 담겼다. 이 대학에 2기 교육생으로 참여한 박 대표는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사천넷)가 활동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가입했다.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나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삶을 살아보자’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그와 일문일답으로 사천넷에 관한 기본적인 궁금증부터 풀어보자.

 

사회혁신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한마디로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소모임 같은 걸 하며 지역에 어떤 숙제가 있는지 찾아내어서 의제로 만드는 일을 하는 거죠. 이 의제를 경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으로 전달하면, 거기서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와 연결해 줘요. 여기서 사업비가 확보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한 거죠.

 

그럼 사천넷은 사천의 사회혁신가들이 모인 곳이겠네요?

맞습니다. 경남도로 범위를 넓히면 경남사회혁신가네트워크(=경남넷)가 있죠. 사천넷은 그냥 임의단체이지만, 경남넷은 사단법인입니다. 서로 긴밀히 소통한다고 보면 돼요.

‘사천넷’은 사남면 주민자치위원회의 도움으로 ‘독거노인 빨래방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세일 대표와 변태만 전 대표.
‘사천넷’은 사남면 주민자치위원회의 도움으로 ‘독거노인 빨래방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세일 대표와 변태만 전 대표.

실제로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해 준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독거노인 빨래방 운영 사업’이 적절할 것 같네요. 이건 2년 전부터 진행한 사업인데,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빨래하는 일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했죠. 우리끼리만 하기는 벅차서 도움을 청했는데, 사남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 줘서 시범사업으로 할 수 있었어요. 주민자치회에서 빨래를 수거해 행정복지센터에 두면, 사천넷이 수거해 씻어서 돌려주면서 어르신들의 건강 등을 살피는 거죠.

 

빨래는 어디서 하는 건가요?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빨래방에서요. 처음엔 공용 빨래방을 만들어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관련 사업비까지는 확보했지만 마땅한 공공 시설물을 찾지 못해 포기했죠. 지금도 제일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금은 사업 기간이 끝나 활동비 지원이 끊겼지만, 보람 있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서 자원봉사 형태로 계속하고 있어요. 사업 범위도 사천읍, 동서금동, 벌용동까지 늘어났습니다.

박세일 대표는 “무엇보다 사천넷에서 활동하는게 재밌다”고 말한다.
박세일 대표는 “무엇보다 사천넷에서 활동하는게 재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사천넷에서 활동하는 게 재밌어요,”

박 대표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공용 빨래방을 만들어 상업적인 운영을 하면서도, 그 수익으로 독거노인 등에게 빨래를 무료로 해줄 수 있게 하자.’ 빨래방 설치 장소를 못 찾아 뜻을 다 이루지 못했다지만, ‘독거노인 빨래방 운영 사업’에서 사천넷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이 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지난 2년간 사천넷이 진행한 또 다른 사업 하나를 꼽자면 ‘비치 코밍’이다. 쉽게 말해, 섬 해안가에 떠밀려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이다.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 자연보호사천시협의회, 사천시어선협회 등과 함께했음이 뜻깊다. 이것 역시 이야기 소모임에서 나온 사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여기까지는 변태만 전 대표가 이끌었던 일이다. 박세일 대표는 지난 2월에 있었던 사천넷 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맡겠노라 나섰고, 막내의 당찬 포부에 회원들은 선뜻 기회를 줬다. 인터뷰를 진행한 3월 4일 기준으로는 대표를 맡은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사천넷에서 활동하는 게 재밌습니다. ‘청년인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새로운 활동을 열심히 해서 회원도 늘리고, 비영리단체나 법인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박 대표는 사천넷의 활동이 자신의 주요 관심사인 관광과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농어촌체험지도사, 농어촌마을해설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한 가운데 경상남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협력지원가로도 일했다.

“경남의, 특히 사천의 관광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는 마음이 종종 들어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순신 장군이라는 테마도 있고, 특색 있는 관광 명소도 많잖아요. 물론 제가 모르는 어려움이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워요. 여러 관광 소재를 엮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는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박 대표는 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의 정보를 모으는 ‘관광 플랫폼’ 개발 사업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사진은 플랫폼 회의 장면.
박 대표는 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의 정보를 모으는 ‘관광 플랫폼’ 개발 사업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사진은 플랫폼 회의 장면.

꿈의 맨 끝에는 ‘사천 관광 발전’이 있다

그의 이런 기대와 아쉬움이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한 걸까. 박 대표는 ‘지역 주민이 만드는 동네방네 이야기 지도’라는 구상으로 개인 사업체를 차린 데 이어, 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의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관광 플랫폼’ 개발 사업에도 공동대표로 참여한 상태다. 나아가 이 플랫폼 개발에 연계할 협동조합 설립에도 뜻을 모았다. 이 잇다오지협동조합은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 여행사’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관광’ 이야기가 나오자 박 대표의 말문이 더욱 터졌다. 특히 관광이란 주제와 사천넷을 연결한 대목이 인상 깊다.

 

“아무래도 제 꿈의 맨 끝에는 ‘경남과 사천의 관광 발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천넷의 활동은 그것만으로도 공익적 가치가 크고, 제 꿈에 다가가는 데도 분명히 도움이 되죠. 지역 자원을 파악하기에도 좋고, 좋은 사람도 많이 알게 되니까. ‘제대로 된 직업을 찾으라’며 제 일을 못마땅해하던 부모님이 요즘은 격려해주시는 걸 보면, 엉뚱한 길로 가는 건 아닌가 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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