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와~아름다운 세상이다!”

2년 동안 우리를 몹시도 힘들게 했던 코로나19가 이젠 지나가는 듯하다. 날씨도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서, 벚꽃, 진달래, 복숭아꽃, 앵두꽃, 철쭉 등등이 함박웃음으로 들녘과 산천을 뒤덮는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이란 이런 우리나라 봄 풍경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싶다. 바쁜 일상으로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가 가로수들의 환한 풍경도 예사로이 지나치기 마련인데, 차창 안으로 꽃잎 하나 날려 들어오면 ‘아~ 봄이구나!’ 하는 마음이 새삼 든다.

이렇게 꽃이 만발한 계절에 떠오르는 단어는 ‘소풍’이다. 특히 벚꽃이 필 때면, 돌아가신 선친이 들려주신 소풍에 관한 이야기가 꼭 떠오른다.

아버지는 어려서 생활고가 심했다. 내 할아버지께서 일찍 세상을 떠난 탓이다. 초등학교의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음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남초등학교에 다니던 동무들이 소풍 가는 걸 보고는, 가고 싶은 마음에 내 할머니를 졸랐단다.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밭에서 부추를 캐어 주시며, 석거리 시장에 내다 팔아, 동생들을 데리고 갔다 오게 했단다. 아버지는 그때 딱 한 번 선진공원에 소풍(?)을 가보았다고 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을 보면 아버지를 모시고 선진공원에 가고 싶다. 좋은 세상에, 부추를 안 팔아도 맛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으니, 실컷 드시게 해드리고 싶다.

동생들과 팔 남매나 되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평생 빚을 얻어 살면서도 했던 말씀이 ‘사람 되게 살아라. 세상 고마운 줄 알고 열심히 잘 살아라.’였다. 생전에 한 말씀과 보여준 행동은 나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 내 인생을 이끌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항상 “넌 참 착하고 잘한다. 그렇게 살면 된다. 다 잘 될 것이다.”라고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착하지도 않고 잘하는 것도 없는데, 이런 말씀을 들을 때면 양심에 찔려 불편했고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런 말씀이 족쇄(?)가 되어 나쁜 마음을 억눌러 주었고, 또 힘든 일이 닥쳐 좌절하고 방황할 때면, 용기와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비록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아이들과 행복하고 복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할머니와 어머니 칭찬의 덕이 아닌가 싶다.

일자무식(一字無識)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부모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철모르던 내가 오늘을 만끽하며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원천(原川)이 이들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흩날리는 꽃잎들보다도 더 많은 사랑과 따뜻한 기억을 남겨주었기에 미움보다는 세상과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엄혹한 시대를 만나 힘겹게 살다 간 천상병 시인은 삶을 ‘소풍’에 비유하여 사람들의 가슴에 많은 울림을 주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살이가 ‘소풍’이라면,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 이웃들과 맛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에게 우리가 해주어야 할 일이 바로 ‘소풍 온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교육자와 부모가 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조급하지 않게, 자신의 천성에 맞게 ‘소풍’이라는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중]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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