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문폴

'문폴' 영화포스터.
'문폴'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달이 지구로 떨어진다! 한번쯤은 해봤을 상상을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신선하다 못해 등골이 서늘해지고 명치가 짜릿해진다. 코로나 이후 하루하루가 재난이긴 한데, 포장지가 그럴 듯한 재난영화가 개봉했단다. 역대급 스케일에 <인디펜던스 데이>부터 <투모로우>, <2012> 등 재난 영화의 거장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연출이란다. 클리셰에 지친 관객의 시선을 거대한 스케일로 돌리는, ‘규모’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줄 아는 사람 아니던가. 당연히 진수성찬의 블록버스터를 즐길 줄 알았는데, 어라? 이게 무슨 일인가. 막상 눈앞에 차려진 건 범작만도 못한 졸작이니 이거야 말로 재난상황이다. 

재난영화이면서 SF어드벤처답게 시각적인 즐거움은 크다. 하지만 시시각각 터지는 우주 액션에도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맥락 없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달 추락이란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려면 스토리 역시 기존의 답습보다는 다소 뜬끔 없더라도 새로운 한방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장고 끝에 둔 악수였나 보다. SF 영화라는 게 어차피 허구와 상상이지만, <투모로우>와 <2012>는 그래도 설득력이라도 있었으니 이것을 우리는 개연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폴>은 애초에 개연성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 없는 듯 막무가내로 달린다.

중첩되는 기시감과 반복되는 미장센 속에서 뜬금없이 장르가 바뀌기도 하지만, 여전히 에머리히의 결론은 가족이다. 재난 상황에 사랑과 가족애로 향해 가는 건 상투적이지만 무난한 선택이라 따질 생각은 없으나, 그냥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아쉬울 따름이다. 추락 직전의 달보다 더 걱정인 것은 롤랜드 에머리히라는 브랜드다. 

요즘은 헐리웃 대자본 영화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외치는 것도 모자라 오성홍기까지 흔든다. 정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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