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더 배트맨

'더 배트맨' 영화포스터.
'더 배트맨'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흔히 초심으로 되돌아가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을 할리우드처럼 잘 써먹는 곳이 있으랴. 뭔가 헤맨다 싶으면 리부트라는 말을 붙여서 처음으로 되돌리곤 하는데,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배트맨이 <더 배트맨>으로 리부트되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배트맨’은 이제 막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단계인 2년 차로, 1939년생이라 우리 나이로 83세인 기존의 배트맨과 다르다.

역대 주인공 중 가장 어린 ‘로버트 패틴슨’의 가장 ‘젊은 배트맨’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선보였던 배트맨 시리즈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긴 하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강력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사적 복수심과 공적 정의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적인 형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게 마치 80~90년대 누아르 또는 하드보일드 영화 속의 서툴고 방황하는 청춘과도 닮았다.

마블의 MCU가 어벤져스인 것처럼 DC의 DCEU는 ‘저스티스 리그’다. 근래 DC코믹스의 캐릭터로 만든 영화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은 이 세계관을 바탕이지만, 맷 리브스 연출의 <더 배트맨>은 DCEU와 별개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기존의 슈퍼히어로 문법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때려 부수고 불가능을 극복해나가기보다 트라우마와 강박에 시달리는 연약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장르적 통쾌함으로 완전 연소가 되지 않아서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간적인 배트맨의 대서사시로 볼 법도 하지만 불완전한 영웅의 지루한 활약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담시를 수호하는 불과 2년 차인 배트맨은 헤매고 방황할 수도 있으나, 영화마저 위치를 잃고 헤매는 건 곤란하다.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추리 기법을 애매하게 써먹고, 주인공의 대척점에 선 빌런도 그다지 효용가치를 발휘하지 못해서 어설픔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건 배트맨이 범인을 쫓는 탐정의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DC코믹스는 Detective(탐정) Comics의 약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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